[증권]힘얻는 단기상승…외국인이 관건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8시 54분



종합주가지수가 6일 동안 86포인트나 급등한 뒤 이틀 만에 3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상승장으로의 추세 전환’이란 시각이 조심스럽게 나왔지만 다시 하락하자 ‘약세장에서의 단기상승(bear market rally)’이라는 견해가 우세해지고 있다.

지난번 저점(종가 584.04, 장중 576.49)에서 바닥을 확인했고 시중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일단 하락세는 멈추겠지만 단기상승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가 많다.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일부 전문가들은 추세 전환은 ‘실낱 같은’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우선 최근 잇따른 미국 기업의 실적발표에서 변화를 감지한다. 기대만큼 나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주가상승을 이끌었다는 것.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올 들어 미국 기업의 실적이 발표될 때는 주가가 어김없이 빠졌지만 이번 3·4분기(7∼9월) 실적발표는 200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2주 동안의 상승세를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한양증권도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기업의 60%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거나 웃돌았다”며 “끊임없이 하향 조정한 예상실적이 4·4분기(10∼12월)에는 상향될 조짐도 보인다”고 전했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상무는 “최근 6개월 주가가 내린 것은 너무 높은 기대수준에 실적이 못 미쳤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기대수준이 낮아져 실적이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주가도 오를 수 있다는 것.

수급 상황도 좋아졌다. 대우증권 황순현 애널리스트는 “4월18일 이후 6개월 동안의 조정에서 5번의 단기반등이 있었다”며 “외국인이 11일부터 약 8200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수급 상황이 두 번째로 좋다”고 말했다.

▽달라진 게 없다〓하지만 주가를 끌어내린 악재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한가람투자자문 박경민 사장은 “미국의 투자는 살아나지 않고 경제를 떠받치던 소비마저 둔화되고 있다”며 “펀더멘털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라크전쟁과 북한 핵문제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는 것.

박 사장은 “국내 증시가 저평가된 것은 분명하지만 반등의 모멘텀이 없는 만큼 주가지수는 580∼750선의 박스권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은투신운용 김영일 주식운용본부장은 “기업실적이 기대보다 좋았기 때문에 그나마 현재 수준까지 반등한 것”이라며 “거시지표들이 좋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실적만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힘들기 때문에 한동안 600∼700선을 맴돌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매매가 열쇠〓외국인은 최근 삼성전자를 공격적으로 사들여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22일에는 은행주와 현대차 등을 중심으로 12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해 주가를 끌어내렸다. 반면 기관과 큰손들은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지 않고 있어 앞으로 증시는 미국 증시와 외국인 매매에 따라 등락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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