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BK21 ´눈가리고 아웅´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8시 45분


18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두뇌한국(BK)21사업 중간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여준 태도는 1조4000억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따져보고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그동안 BK21 사업에 대한 문제점은 수없이 지적됐지만 교육부는 그때마다 정책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큰 일도 아닌데 문제를 삼는다’며 방어적 자세로 일관해 왔다. 교육부의 이런 태도는 이번 중간평가 결과 발표에서도 나타났다. 오래 전에 예고된 발표 내용을 당일 오전 10시가 돼서야 보도자료로 냈다. 평가작업이 늦어져 시간이 촉박했다는 해명이 있었지만 기자들이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도록 해 비판적인 기사를 피해보려는 ‘꼼수’로 비쳐졌다.

또 평가 내용도 ‘제도개혁 미흡’ ‘실적부진’ 등 추상적 표현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대학에 무슨 문제가, 어떻게 잘못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실상을 알리기보다는 가급적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감추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부당집행 사례를 알려달라”는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교육부 담당자들은 “실무는 평가단이 했기 때문에 우리도 자세히 모른다”는 등의 얼버무리기로 일관했다.

교육부의 이런 태도는 사업단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각계 인사를 총동원해 치열한 로비전을 벌여온 대학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결과 발표를 앞두고 교육부 주변에서는 “모 대학이 정권과 가까운 인사를 동원해 로비를 한다”는 등의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이상주(李相周) 교육부총리와 김신복(金信福) 차관이 교수로 있던 서울대 교육학과와 행정학과가 참여하고 있는 2개 사업단이 탈락하지 않았느냐”는 말로 대신했다.

올해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BK사업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졸업하거나 휴학한 학생에게도 돈이 지급된 것처럼 보고되는 등 곳곳에서 예산이 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번 발표에서 대학의 잘못을 감추는 데에만 급급한 인상을 남겼다. ‘BK〓바보 코리아’라는 비아냥이 나돈다는 사실을 교육부가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이인철기자 사회1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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