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배신의 정치'인가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8시 26분


민주당 전용학, 자민련 이완구 의원의 한나라당 이적을 보면서 우리는 또 한번 허망한 정치현실을 실감한다. 정치의 금도를 되뇌고 싶지도 않다. 선거철마다 양지를 찾는 정치인들을 수없이 봐왔고, 아무리 정치의 이치와 명분을 얘기해도 당장의 실리와 보신에 눈이 먼 그들에겐 그저 ‘쇠귀에 경 읽는’ 격임을 알기 때문이다. 무소속 정몽준 대통령후보의 신당 창당을 전후해 비슷한 사람들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예감한다.

다만 우리는 두 의원의 천연덕스러운 낯빛 바꾸기에 놀랐고 그들이 국민의 대표라는 데 비애를 느낀다. 우리는 그들이 ‘지난 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잘 안다. 특히 한때는 민주당의 ‘입’으로서 한나라당과 이회창 대통령후보를 향해 거침없이 험구와 독설을 쏟아내던 전 의원의 변신은 정말 경이로울 지경이다.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주소’를 여러 차례 옮긴 그의 다채로운 편력은 새삼 입에 올리기도 거북하다.

한나라당도 그렇다. 현 정권 초기 여권의 의원 영입이나 재작년 말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를 당신들이 어떻게 성토하고 규탄했는지를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서청원 대표가 불과 며칠 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인위적 정계개편 포기’를 공언한 것도 아직 귀에 쟁쟁하다.

아무리 변화무쌍한 정치라도 형편이 달라졌다고 해서 과거 자신이 한 말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그런 식으로 해서 집권해봤자 얼마나 불안하고 위태한 정권이 되는지를 우리는 지금 또렷이 보고 있지 않은가. 세를 불린들 국민의 신뢰가 따르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음을 한나라당이 되새겼으면 한다.

민주당이나 자민련이 이를 빌미로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것도 소극(笑劇)에 지나지 않는다. ‘동종의 전과’가 있는 양당은 조용히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는 게 마땅하다. 아울러 우리는 정몽준 후보의 세 규합도 같은 기준으로 지켜볼 것임을 밝혀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