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김용훈/수많은 說…說…說…´진실´ 추적을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31분


‘맨인블랙(MIB)’이란 영화가 있었다. 외계인 스토리를 할리우드 특유의 상상력으로 멋지게 다룬 히트작이었다. 영화상에서는 외계인들이 지구상에 실재하고 있다. 길거리 가판대의 타블로이드판 신문만이 이러한 진실을 담고 있다. 외계인과 만났다는 ‘믿거나 말거나’식 머리기사가 모두 진실이란 말이다. 지구인 중에는 오로지 MIB 요원들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 ‘맨인블랙’ 이후 한동안 지하철 가판대의 울긋불긋한 머리기사를 예사롭게 보아 넘기질 못했다. ‘A양, B씨와 열애중? 저거 100% 진실이구먼!’

지난 2주간을 장식한 헤드라인 몇 가지만 보자. 현대상선의 4000억원, 진정 북한으로 흘러갔나? 김대업씨가 주장하는 원본 테이프, 과연 정체는 있는가? 서해 도발 징후, 정말 은폐했나? DJ 노벨상 뒤엔 조직적 로비가 있었는가? 국민 경선, 조작된 사기극이었나? 온통 의혹 천지다. 문제는 그 진위가 쉽게 판가름날 것 같지 않다는 데에 있다.

거짓 없는 ‘진실(truth)’과 단순한 ‘사실(fact)’은 엄연히 다르다. 신문 기사에서 이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정쟁이 난무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일반 독자가 지면 위의 무수한 사실 속에서 진실을 알아내기란 무척 어렵다. 신문사의 입장을 통해 진실을 유추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아직도 진실을 겨냥한 예리한 필봉을 동아일보로부터 기대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의 경우, ‘허무 개그맨’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끄집어내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10월2일자 A2, A5면). 대통령후보로서 자질과 준비를 갖추었느냐가 바로 진실이기 때문이다.

성공할 대통령후보가 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각 후보 진영은 명심해야 한다는 어느 데스크의 일침(9월30일자 A7면)이 바로 작금의 대선 정국을 옳게 읽어가는 잣대가 돼야 할 것이다.

신의주 특구 개방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단지 ‘월스트리트 저널’(10월2일자 A4면)이나 ‘타임’(10월3일자 A5면) 등 외신만을 인용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그게 아니면 ‘그저 헷갈린다’(10월2일자 A2면)고 답답함을 호소한다. 북한의 개방이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와 그 배경에 대한 자신 있고 집요한 접근은 어디로 갔는가.

경제부에서 e메일 뉴스레터로 시작한 ‘e노블리안스’는 취재 현장의 뒷이야기를 모은 ‘뉴스 뒤의 뉴스’라고 한다. 독자들을 감춰진 진실로 보다 가까이 안내하기 위한 기자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취재 후일담 일색이어서 기자들의 전문적인 식견과 안목이 녹아 있는 뉴스 뒤의 진실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11일자 A1면 사고를 보니 동아일보에 새 식구를 들이는 와중인가 보다. 머지않아 취재현장 곳곳에서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이 펼쳐질 것이다. 이들 모두에게 우리 시대 MIB 요원의 자격증을 부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용훈 아시아어뮤즈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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