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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0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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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파리에서 만난 프랑스 정부관리, 대학교수, 경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유로 도입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들은 주변국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화폐 평가절하가 불가능해 유럽의 경제여건이 매우 안정됐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정치 외교적 측면에서는 같은 화폐를 쓰면서 유럽인이 공유하게 된 ‘평화심리’의 의미가 크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먹고 먹히는 투쟁의 역사를 가진 유럽인들이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한사코 반대하게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프랑스 외무장관은 “과거에는 유럽이 미국의 말을 따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말까지 했다.
▷그런 EU가 1년여 뒤에 25개국의 회원국을 가진 거대조직으로 커진다. 엊그제 EU집행위원회가 동유럽 및 지중해 연안 10개국과 연내 가입협상을 마친 뒤 2004년 1월부터 회원국으로 가입시키자는 권고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EU가 서유럽의 공동체라는 좁은 의미에서 유럽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정치 경제 블록이 된다는 얘기다. 현재 EU 회원국 가운데 영국 등 3개국이 유로를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유로 채택이 대세이기 때문에 유로존도 자동적으로 크게 확장될 전망이다.
▷물 흐르듯 진행되는 경제통합과는 달리 정치통합에 대한 유럽인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프랑스 지도자들은 “더 이상의 통합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탈정치 반정치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유럽차원의 정치통합을 논의할 여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았다. 비록 유럽이 외교 군사분야에서도 한목소리를 내는 ‘유럽합중국’이 될 날은 아득해 보일지라도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로마제국의 부활이 눈앞에 다가온 것은 확실하다. 우리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파리〓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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