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0월 2일 18시 1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검찰은 이에 따라 김씨가 제출한 테이프 내용의 신빙성 여부를 떠나 김씨 또는 제3자가 테이프 자체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테이프의 원본 및 2차 복사본의 제작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입원 치료 중인 서울 서초구 P병원 병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테이프를 복사하고자 하는 시민단체와 언론사에 원본을 빌려주고 돌려받는 과정에서 원본과 복사본이 뒤섞여 이를 잃어버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한인옥씨 심경토로 |
김씨에 따르면 99년 4월10일경 군 검찰에서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도술씨를 조사하면서 김씨의 진술을 보이스펜에 녹음한 뒤 곧바로 2개의 소형 테이프(최초 복사본)에 옮겼는데 99년 7월부터 11월까지 모 방송사 등 5, 6곳에 이 테이프를 빌려주고 돌려받는 과정에서 실수로 테이프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김씨는 “8월 12일 원본이라며 검찰에 처음 제출한 테이프 역시 제작사인 소니사의 생산시점이 99년 4월 이후로 나온 것은 방송사나 시민단체가 첫 사본을 토대로 복사용 테이프를 제작한 뒤 두 번째 복사본을 돌려줬기 때문일 것”이라며 “현재 호주에 있는 동생이 갖고 있는 테이프도 원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씨가 8월 12일 검찰에 테이프를 제출할 당시 99년 4월 10일경 녹음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 점 △뒤늦게 제작시점이 문제가 되자 2차 복사본일 가능성을 제기한 점 등을 들어 김씨의 이 같은 해명 역시 믿기 어렵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씨가 검찰에 제출한 테이프에는 ‘김도술씨가 병무청 유학담당 직원과 함께 한나라당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를 만나 병역면제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녹음돼 있다”며 “만약 이 테이프 자체가 조작됐다면 김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검 특수1부는 2일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앞으로 열흘가량 지나면 수사가 마무리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씨가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라며 제출한 원본의 제작 과정에서 발견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검찰은 김씨가 99년 4월 10일경 김도술 전 부사관의 진술을 녹음한 것이라며 올 8월 12일 검찰에 제출한 테이프가 99년 7월경 생산된 제품이라는 사실 외에도 테이프를 증거로 채택할 수 없는 결정적 결함을 추가로 밝혀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번 주말경 대검 과학수사과에서 김씨가 8월 30일 두 번째로 제출한 녹음테이프에 대한 성문(聲紋) 분석결과를 넘겨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한나라당 “천용택-김대업씨 즉각 구속하라”▼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대업(金大業)씨가 증거라고 내놓은 테이프가 조작된 가짜라는 것이 만천하에 밝혀졌다”며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은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를 숨김없이 발표하도록 서울지검에 엄명을 내려야 하고, 병풍 공작을 공모한 천용택(千容宅)-박영관(朴榮琯)-김대업씨를 즉각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범규(孫範奎) 부대변인도 “그동안 민주당이 조작된 ‘김대업 테이프’를 비호하기 위해 자행한 거짓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며 민주당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유용태(劉容泰)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이 김대업씨 2차 테이프의 제작연도가 2001년이라는 것을 가지고 테이프가 완전히 조작됐다는 치졸한 공작을 벌이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테이프 조작)제보자라고 밝힌 K라는 사람을 공개해 ‘김대업 테이프’의 목소리 주인공과 성문 분석을 해야한다”고 반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