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34…백일 잔치 (19)

  • 입력 2002년 9월 27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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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니까 말로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거다. 너는 그런 것도 모르나”

“…안다…잘 안다…그래도…어쩌면…“

“어쩌면 뭐?”

“…아니다 됐다”

우철은 두 팔을 옆으로 축 늘어뜨리고 자유의 내음이 나는 여름밤의 기운을 코로 들이마셨다.

“안 있나, 어머니, 백중날에 비 오면 우째 되는데?”

“여름에는 비 잘 안 온다”

“그래도 오면 우째 되는데?”

배다리가 가까워지자 용하가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귀에 익은 가락이다, 제목이 뭐였더라, 흥얼흥얼, 그렇지, 사랑가다. 저 사람과 갓 결혼했을 때, 부엌일을 하면서 곧잘 불렀던, 희향은 자신의 기억에 귀기울였다.

다 당신은 내 사랑

아이 알뜰한 내 사랑

일편단심 변치말자 굳게 굳게 다진 사랑

어화 둥당기 내 사랑

둥당가 둥당기 덩기 둥당기 내 사랑

하루가 끝나고 우물가에서 손발을 씻고 세수를 하고, 치마저고리와 버선을 벗고 저 사람 옆에 누워, 오늘 생긴 사소한 일들을 얘기하면서 서로의 몸을 더듬고, 욕정에 꿈틀거리는 저 사람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숨이 골라지기를 기다려 내일 일을 얘기하면서, 다시 서로의 몸을 찾고, 천천히 천천히 사랑을 나누고, 그렇다, 사랑을 나누고, 평온함 속에서 잠들고.

“어머니”

“…어?”

“와 멍하고 있는데?”

“뭐가?”

“백중 날에 비오면 우째 되는데?”

“여름 비는 막 쏟아지다가 금방 그치니까 괜찮다”

“앗, 우는 거 아이가”

“그랗네”

“우근이가 울고 있네. 젖 묵고 싶은갑다”

희향은 벌린 두 팔 안으로 달려가 안기듯 대문으로 뛰어들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어둠이 한 겹 한 겹 벗겨지면서 사방이 밝아졌다.

“다녀왔다, 우근아 엄마가 왔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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