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델타정보통신 작전수법…사이버거래 허점악용

  • 입력 2002년 9월 22일 18시 44분


금융감독원의 조사로 전모가 드러난 델타정보통신 주식 시세조종 사건은 가히 ‘한국판 엔론사건’으로 불릴 만하다.

증권사 직원과 사이버 애널리스트는 물론 코스닥기업 대주주마저 작전세력의 꾐에 넘어간 것으로 밝혀져 국내증시의 ‘한탕주의’가 도를 넘어섰음을 보여줬다. 나아가 주식 작전에 단골로 끼는 사채업자 외에 조직폭력배까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치밀한 대규모 작전〓정내신씨 등 주모자 3명은 치밀한 계획 아래 관련 직종 종사자를 ‘총동원’했다.


금융감독원은 작전 대상이었던 델타정보통신 대주주 겸 대표이사까지 가담한 혐의를 잡아냈다. 대주주 김모씨가 계약금도 받지 않고 정씨에게 지분을 넘기고 정씨가 사채업자에게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따라가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

미래에셋증권 청담지점장 김모씨와 일반투자자 5명은 정씨와 짜고 델타정보통신 인수합병(M&A)설을 퍼뜨리고 시세조종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델타정보통신 주식을 미리 약속한 가격에 사고 팔거나 비싸게 매수 주문을 내는 방법으로 6월28일 1260원이던 주가를 8월22일 5370원까지 끌어올렸다.

증권정보사이트 팍스넷에서 각각 ‘뚝심왕’과 ‘참숯나라’로 필명을 날리던 사이버 애널리스트 2명도 이들의 작전을 거들었다. 이들은 “델타정보통신 주식이 2만원까지 간다”고 허위사실을 퍼뜨려 사이버 개미투자자들이 ‘작전에 올라타도록’ 부추겼다.

▽작전세력은 날고 감독당국은 기고〓범인들을 검거해놓고 시작한 조사였지만 금융감독원은 애를 먹었다. 작전세력들은 전국 18개 증권사, 69개 지점에 114개의 계좌를 만들어 놓고 계좌를 옮겨다니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주문을 내 감시를 따돌렸다.

여기에 명성이 높은 사이버 애널리스트를 꾀어 허위정보를 퍼뜨림으로써 인터넷 주식투자 동호회 회원들의 정상적인 주문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지능적인 수법을 썼다.

금감원은 통신비밀보호 관련법상의 제약 때문에 인터넷사이트 가입자의 인적사항 및 거래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관련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으나 사이버 거래를 이용한 작전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개인투자자 대처요령〓사건에 연루된 대우증권 등 3개 증권사가 영업을 일부 또는 전부 정지당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게 됐다. 대우증권의 온라인 신규등록 금지는 10월 한달간 적용된다. 따라서 대우증권과 사이버 거래를 하고 싶은 고객은 9월 중 사이버계좌에 신규등록을 하는 것이 좋다.

미래에셋증권 청담지점과 동양종합금융증권 영동지점 고객들은 9월중 계좌를 다른 지점이나 다른 증권사로 옮기거나 거래를 서둘러야 한다. 10월에는 새로 계좌를 틀 수 없고 공모주 청약을 하거나 주식을 사달라는 주문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수익증권을 환매하거나 주식을 팔아달라는 주문은 낼 수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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