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29…백일 잔치 (14)

  • 입력 2002년 9월 22일 18시 44분


“아버지! 소원이 아버지!”

“와!”

“쪼매 더 걸릴 테니까, 천천히 하시소!”

“알았다!”

“오빠! 소원이 오빠!”

“넘사스럽다, 그만 불러라!”

아! 다행이다. 어떻게 할까! 탕에 또 들어가는 수밖에 없으려나? 옷을 입은 그 여자 앞에 알몸으로 나갈 수는 없다. 10분? 15분 정도면 나가겠지. 15분이 지나도 탈의실에서 어물쩡거리고 있으면 어쩌지? 만약, 그 때도 있으면 나는 그 여자의 뺨을 때리겠지. 뭐하는 짓이야! 뭐하는 짓이야!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이 도둑년!

김가야, 한 노래 하나 더 해라!

다 같이 부릅시다. 효길 할배, 뭐 부를까예.

광복가, 불러라.

좋습니다! 쿵짝짝 쿵짝 쿵짝짝 쿵짝!

이천만 동포들아 일어나거라

일어나서 총을 들고 칼을 잡으라

잃었던 내 조국과 너의 자유를

원수의 손 안에서 피로 찾도록

노소를 생각 말고 남자나 여자나

어린아이까지도 일어나거라

한산천(韓山川)의 우로(雨露)받은 초목까지도

무덤 속에 누워 있는 혼령까지도

끓는 피로 청산을 고루 적시고

한토(韓土)의 강물을 붉게 하여라

군국(軍國)의 큰 원수를 다 물리치고

자유의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숨을 죽이고 살며시 나무문을 열었다. 없다 아이고 시원타! 희향은 평상 위에 수건을 깔고 소원이와 나란히 앉아 커다란 나무통에 담겨 있는 우물물을 바가지로 퍼서 마셨다. 꿀꺽 꿀꺽 한 바가지, 꿀꺽 꿀꺽 두 바가지

꿀꺽 꿀꺽 세 바가지, 겨우 혀와 목구멍의 긴장이 풀어졌다.

“어머니, 나도 마시고 싶다”

“아이고 미안타, 자 마시라”

“아, 맛있다! 이렇게 시원한 물은 처음이다.”

“우물에서 막 퍼왔는가 보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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