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노벨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교수-IMF 설전

  • 입력 2002년 9월 18일 17시 53분


“착각과 환상의 세계에서 이제 좀 깨어나라. 자꾸 지껄인다고 거짓말이 사실이 되느냐. 노벨상까지 탄 위인이라면 좀 알고 떠들어야 할 것 아니냐.”

국제통화기금(IMF)이 17일(미국시간) 홈페이지(www.imf.org)에 올린 두 건의 보도자료 내용이다. 콧대 높은 국제기구를 이렇게 흥분시킨 사람은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컬럼비아대·사진)다. 보도자료는 스티글리츠 교수가 지난달 프랑스 유력지들과 잇달아 가진 인터뷰에서 IMF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데 대한 대응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7월 2일자 ‘르 몽드’ 인터뷰에서 “IMF는 부자 나라들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며 월가의 금융회사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7월 27일자 ‘르 피가로’ 인터뷰에서는 “IMF는 미국의 손아귀에 쥐여 있다”고 몰아붙였다.

그는 세계은행(IBRD)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할 때(1997∼2000년)부터 저개발국 경제원조에 대한 IMF의 노선에 반기를 들었다. IMF는 자금 지원의 대가로 미국식 시장경제제도를 옮겨 심으려 노력해 왔다.

반면 그는 줄곧 “저개발국의 현실을 인정하고 나름의 경제모델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자”고 주장했다.

올 6월 스티글리츠가 IMF에 대한 비판을 총정리한 ‘세계화에 대한 불만(Globalization and its discontents)’을 출판하자 신사적인 논리전이 이전투구의 말다툼으로 변질됐다. 이 책의 내용을 놓고 양측은 7월 초 영국의 몇몇 신문을 빌려 싸움을 벌인 바 있다. 뉴욕타임스에서 파이낸셜타임스로, 다시 르 몽드로…, 그렇다면 다음 싸움판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되지 않을까.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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