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대책 이젠 정리 좀 하라

  • 입력 2002년 9월 16일 18시 37분


어설픈 부동산대책으로 죄없는 국민들만 고생이다. 2년 전부터 내수부양정책으로 아파트값 상승을 불러일으켰던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9·4부동산대책’이 아파트값을 내리기는커녕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무조사에 이어 양도세 상속세 부과기준인 기준시가를 높이고 재산세까지 올렸지만 아파트값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무주택자들은 전세금이 더 오를 것을 걱정해야 하고,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턱없이 오른 세금에 불만만 커지고 있다. 강남과 수도권의 아파트에 몰렸던 유동자금은 벌써 다른 투자대상을 찾아다니며 이곳저곳을 투기장으로 만들 조짐이니 이번 대책은 완전히 실패작이다.

부동산대책이 실패한 이유는 시장원리에 따라 근본대책을 구하기보다는 정권 말기의 조급증에 사로잡혀 대증요법에만 집착한 탓이다. 아파트의 수요공급 차원에서 공감받을 수 있는 대책보다는 세무조사를 남발하거나 세금인상으로 지역간 계층간 갈등을 증폭시킨 것은 다가오는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인지는 몰라도 부동산대책치고는 치졸한 하책일 뿐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부동산대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번 대책으로 인한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

먼저 이번에 올린 기준시가와 재산세 인상안 가운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값이 오른 아파트는 기준시가를 그대로 둔 반면 값이 별로 오르지 않은 아파트의 기준시가는 올려 세부담이 공평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 국세청과 행정자치부가 서로 협의조차 하지 않고 발표한 정책 때문에 국민들은 재산세를 얼마나 내야 할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 이래 가지고서야 조세저항이 생기지 않을 리 없다.

정부 부처마다 제각각 내놓은 부동산대책의 가닥을 잡는 일도 시급하다. 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 국세청 등 정부기관이 정책의 상충 여부를 따지지 않고 서둘러 대책을 발표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지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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