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임창복/건축교육 인증제 도입 서두르자

  • 입력 2002년 9월 13일 18시 26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라 우리는 건축사 업무 양허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정을 고려해 보면 관련된 각종 제도의 개혁과 보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 되었다. 그 동안 건축교육에 대한 많은 논의와 고심 끝에 제도의 국제화를 위해 금년부터 이미 많은 학교가 5년제로 신입생을 모집했고, 또 내년부터 5년제로 전환하기 위해 학교마다 입시요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직도 교육의 내용과 시설 등 건축교육 수행능력의 평가를 위한 제도적 대책 마련은 미진한 실정이다. 자칫하면 건축교육에서 또 다른 부실과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 것 같다.

WTO와 연계해 건축사 업무의 국제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설정을 위임받은 국제건축가연맹은 1999년 중국 베이징대회에서 건축교육의 연한을 최소 5년으로 규정했고, 7월말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연맹 총회에서는 유네스코와 공동 발의한 ‘건축교육 인증을 위한 국제위원회’ 설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해당 국가에 건축교육과 관련해 독립적 인증제도와 인증기구가 없으면 이 국제위원회의 실사를 받아 건축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증 받도록 되었다. 시장 개방을 위한 국제화의 쌍무협상 과정에서 인증제도가 미비해 우리의 건축교육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 한다면 국내 건축설계 시장을 지켜내고 국외 건축설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건축교육 5년제의 당위성만을 논의할 때는 이미 지났다. 기준과 평가가 없는 교육내용은 아무리 5년제라 하더라도 또 다른 부실만을 야기할 뿐이며 결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이제 건축교육 인증제의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학교육분야에서는 이미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설립돼 공학교육인증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건축학’을 ‘공학’의 범주에 넣어 인증하려는 것은 선진국들이 모두 공학과는 별도로 건축학 교육 인증제도를 갖고 있는 현실과 ‘건축교육 인증을 위한 국제위원회’ 설치규정 등을 감안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독립된 5년제 건축학 교육 인증제의 도입’을 필연적인 것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경우 이미 10년 전부터 건축학 5년제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했고, ‘중국건축교육 인증원’은 중국 전역의 78개 건축분야 교육과정 중 22개 프로그램만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측의 배려로 베이징공업대학 건축과의 인증 실사과정에 중국측 심사단과 함께 참여해 본 적이 있다. 그 결과 중국 내에서 20위권의 학교라고 하는 베이징공업대학 건축교육의 내용과 수준은 매우 우수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교육목표가 분명하고, 교육과정의 내용이 건축가 양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각종 시설도 여유가 있고, 교육조건과 내용은 우리보다 월등히 좋았다.

전문가의 서비스 영역을 교역의 대상으로 보자는 WTO에 가입한 만큼 서로 간의 질적 경쟁만이 우리가 세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이제라도 건축교육 관련 행정부서나 학회단체에서는 대책기구를 서둘러 마련해 인증제 도입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임창복 성균관대 교수·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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