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코리안 거포’ 탄생을 알리다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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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거야.’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최희섭이 7회 호쾌한 스윙을 한 뒤 날아가는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AP]
‘바로 이거야.’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최희섭이 7회 호쾌한 스윙을 한 뒤 날아가는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AP]
9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홈구장인 부시 스타디움은 온통 붉은 색이었다. 한국축구대표팀의 경기가 열릴 때면 스탠드에 ‘붉은 악마’들이 넘쳐나듯 부시 스타디움은 카디널스 경기때면 으레 전통색인 붉은 색 옷을 입은 홈팬으로 가득찬다.

‘메이저리그 첫 한국인 타자’ 최희섭(23.시카고 컵스)이 미국 프로야구로 진출하기 바로 전해인 98년 카디널스의 마크 맥과이어가 기록적인 70홈런을 때려낸 곳이 바로 이 구장.

이날 이 스타디움에서 최희섭은 메이저리그 첫 선발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프레드 맥그리프를 대신해 5번 타자겸 1루수로 스타팅 라인업에 들어간 것.

2회 첫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무사 1루. 우측스탠드쪽으로 큼지막한 파울홈런을 쳐내 어깨에 힘이 들어간 탓일까. 최희섭은 2루수 앞으로 가는 병살타로 기회를 무산시켰다. 4회에도 평범한 유격수앞 땅볼.

0-2로 뒤진 7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세 번째 타석에 서기 전 1루수 라이벌이자 선배인 맥그리프가 한가지 조언을 해줬다. “초구를 무조건 노려쳐라.”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카디널스의 선발투수 사이먼터치의 초구가 들어왔다. 148㎞짜리 몸쪽 직구. ‘먹이감’을 노리던 최희섭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고 “딱”하는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볼은 오른쪽 담장으로 쏜살같이 뻗어나갔다. 타구를 잠시 주시하던 최희섭의 얼굴엔 미소가 흘렀다.

132m짜리 대형 솔로홈런.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지 7타석만에 때려낸 첫 안타가 바로 홈런이었다. 한국인 선수가 빅리그에서 홈런을 때려낸 것은 투수인 박찬호가 2000년 LA다저스시절 2개를 날린 데 이어 3번째.

그는 2000년 3월2일 애리조나 스캇데일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첫 시범경기 첫 번째 타석에서 대타로 나가 초구를 홈런으로 연결시켜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는 데는 단단히 재주가 있는 모양.

유유히 그라운드를 돈 최희섭은 홈을 밟고 나서 팀동료인 새미 소사가 하는 것처럼 왼손주먹에 입을 맞춘 뒤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홈런 세러머니’로 자신의 첫 홈런을 자축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 시절 가끔씩 하던 제스처. 최희섭은 “그라운드를 돌며 ‘이제 시작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컵스는 1-3으로 패했지만 유망주 최희섭이 무한한 가능성을 보인 것은 큰 소득. 브루스 킴 컵스감독도 “공격과 수비 모두 만족스러웠다”며 흐뭇해 했다.

4경기에서 7타수 1안타(0.143)에 1홈런 1타점을 기록한 최희섭은 10일부터 고려대 선배 김선우의 소속팀인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3연전을 벌이게 돼 메이저리그 사상 첫 한국인 투타대결도 점쳐진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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