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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9월 5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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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가 정보를 먼저 얻는 것으로 승부하고 증권사가 투자규모에 따라 고객을 차별해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됩니다.”(B투자자문 P 사장)】
요즘 증권업계에서는 공정공시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9월 13일이나 27일 열리는 회의에서 상장 등록 규정을 고쳐 공정공시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주식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선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
하지만 시행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강행하면 정보흐름이 막혀 증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쪽도 만만치 않다.
▽취지는 공감, 현실은 NO!〓증시에는 모닝콜과 마켓콜이라는 게 있다. 증권사의 법인브로커(기관 상대 영업담당자)가 장이 열리기 전이나 장중에 중요 정보를 펀드매니저에게 전화로 알려주는 것을 가리킨다. 일반 투자자보다 먼저 돈 되는 정보를 얻은 대가로 펀드매니저는 그 브로커에게 매매주문을 준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거래인 셈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은 손해볼 가능성이 많다. 정보 접근이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시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공정거래를 뿌리뽑기 위해 공정공시제도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제도 정착까지는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기업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정보를 스스로 공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증시에 루머가 돌아 거래소가 해당 기업에 공시하도록 요구한 조회공시는 378건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25.2% 늘었다. 코스닥의 조회공시도 164건에서 169건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이미 공시한 내용을 바꾸거나 시행하지 않은 불성실 공시도 거래소는 작년 10건에서 17건으로 급증했다. 코스닥은 51건에서 40건으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규모.
리캐피탈투자자문 이남우 사장은 “기업이 중요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표하려는 의지와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전에 공정공시제도가 시행되면 정보가 줄어들고 은밀하게 흐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도적 보완,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게 중요〓공정공시제도로 투자정보 유통이 차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우증권 홍성국 부장은 “삼성전자나 미국 기업처럼 투자홍보(IR)를 통해 실적 예상치를 공개하는 ‘어닝스가이드(earnigs guide)’를 하도록 하는 등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정보가 차단되면 루머가 많아져 투자자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기업이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로부터 투자계획, 실적, 기업인수합병 등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즉시 답변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정을 너무 경직적으로 적용하면 기업이 입을 닫아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증권거래소 정원구 상장공시부장은 “회사원이 개인 자격으로 무심히 회사 정보를 말한 뒤 공시하지 않았을 때 공정공시를 위반한 것인지 등 쟁점이 많다”며 “공정공시를 위반하는 회사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되, 관리종목과 상장폐지 요건은 완화해 제도를 원활하게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LG증권 박윤수 상무는 “기업이 매출액 등 숫자를 밝히지 않더라도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든지, ‘어려워질 것’이라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해 애널리스트의 상상을 자극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 공정공시제도 주요 내용 | |||||||||||||||||||||||||||||||||||||||||||||||||
| 공정공시 준수 의무자 상장 등록 법인과 대리인, 해당 법인의 임원과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직원 | |||||||||||||||||||||||||||||||||||||||||||||||||
| 공정공시 대상 정보 장래사업 경영계획, 매출액 손익 등에 대한 전망 예측, 정기보고서 제출 전 영업실적, 수시공시 의무사항과 관련된 미 확정 정보 | |||||||||||||||||||||||||||||||||||||||||||||||||
| 자회사 정보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공정공시 대상정보를 제공할 때도 공시의무 | |||||||||||||||||||||||||||||||||||||||||||||||||
| 정보 제공자 증권 투신 등 기관투자가, 증권정보 사이트 운영자, 외국인 등 | |||||||||||||||||||||||||||||||||||||||||||||||||
| 공시 시한 의도적으로 제공하는 정보 〓정보 제공전, 비의도적으로 제공하는 정보 〓임원이 정보제공 사실을 안 때 또는 알 수 있었던 당일 | |||||||||||||||||||||||||||||||||||||||||||||||||
| 공시의무 위반 때 처벌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해 매매 거래정지,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 등 처벌 | |||||||||||||||||||||||||||||||||||||||||||||||||
| 제보자 포상 공정공시를 위반한 사실을 제보한 사람에 대해 기준을 만들어 보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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