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월 한 달만이라도 대선을 잊자

  • 입력 2002년 9월 2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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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가 개회한 어제 정치권의 두 가지 움직임이 모처럼 산뜻한 느낌을 준다. 하나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중국 방문 직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와 여야가 모두 힘을 합쳐 (수해복구) 지원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런 얘기는 검찰에서 할 일이다”며 이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의혹 수사와 관련한 보고를 막은 것이다. 앞뒤 살펴야 할 대목이 없지 않지만 이런 얘기라도 얼마 만에 들어보는지 모르겠다.

연초부터 대선타령으로 지새운 정치권이 서로 상대방만 노려볼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국민의 살림살이에 시선을 돌렸으면 한다. 실체가 불투명한 의혹공방이나 상대방 흠집내기말고도 당장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오죽 많은가. 우선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오늘부터 한 달 동안 계속되는 예비조사를 치밀하게 해야 한다. 또 114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심도 있게 심의하기 위해서도 16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용보험법, 국세기본법, 민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정치권이 9월 한 달만이라도 대통령선거를 잊은 채 진지하게 국정을 논하고 생산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으면 한다. 수십년 만의 최악의 수재로 나라가 어수선한 만큼 넉넉한 정치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기 때문이다. 9월에는 그 밖에도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 한가위 민족대이동,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개막 등 나라 안팎으로 일이 많다.

대선까지 10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초조해 할 것도 없다. 올해 살림을 결산하고 내년 살림을 설계하는 정기국회 회기도 30일 이상 단축했으니 대선전도 그만큼 단축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면 된다. 날마다 그 소리가 그 소리인 싸움질에 매달리기보다는 본업인 의정(議政)에 충실한 것이 각 정파에도 효과적인 대선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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