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윤환/주5일 근무제 실시 서둘러야

  • 입력 2002년 8월 30일 18시 07분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2년여에 걸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 노력이 지난달 일부 쟁점 사항에 노사가 합의를 하지 못해 결실을 보지 못함에 따라 정부는 독자적으로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미합의사항은 임금보전 방안과 연차휴가 일수 가산문제다. 임금보전 문제는 임금 인하없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기본 원칙에 따라 임금보전에 관한 규정은 근로시간 단축 취지와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임금보전과 관련해 노동계는 생리휴가 무급화와 연월차 휴가 축소에 따른 보전까지 구체적으로 법 부칙에 명시하자는 것이고, 경영계는 부칙에 기존 임금수준을 보전한다는 원칙만 명문화하자는 것이며, 정부안은 기존 임금수준과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연차휴가에 대해 노동계는 1년 근속에 15일, 2년 근속에 하루씩 추가해 최장 25일, 경영계는 1년 근속에 15일, 3년 근속에 하루씩 추가해 최장 25일이 되도록 하자는 것 등이며 노동부안은 노동계안과 비슷하다. 재계는 정부안이 노동계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서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보아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재계의 주장대로라면 세계 최장인 우리나라 연간 총 노동시간(2447시간)은 줄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쟁점은 기본원칙보다 실리에 따른 기술적 문제에 지나지 않으므로 노사정 모두는 우리나라의 선진화 세계화라는 긴 안목과 넓은 시야에서 노사 협조에 의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면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산업화 진전에 따른 역사적 대세다. 장시간 노동은 19세기말 1일 8시간 주 48시간 노동제로 제한되고, 1929년 세계 대공황 후 고용증대 유효수요증대 생활안정 등을 위해 주 40시간 노동제가 실시되기 시작했다. 1950년대 말부터 주 40시간, 주휴 2일제가 인간성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이란 견지에서 도입되었고, 최근 일부 선진국에서는 노동보다 여가를 선호하는 경향에 따라 주 35시간 또는 주휴 3일제가 검토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수용해 주 노동시간이 40시간 이하로 단축되고 있다.

이 제도는 이미 우리나라 상당수 기업에도 노사자율로 도입되고 있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 실현을 위한 종합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동(소득)과 여가의 선호를 반영하는 시장기능 활성화에 의한 자율적 조정을 기본으로 하더라도 노동시장의 쌍방독점적 성격상 단체교섭에 의한 합의적 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쌍방 독점적 균형이 어려울 때 정부의 행정제도나 법제화, 제도화에 의한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

노동계는 노동과 여가의 양립을 운동방향으로 삼고 여가를 학습 오락 교양 문화 등에 선용해 노동과 생활의 질 향상에 힘써야 하고, 기업은 인간중시 경영으로 노동의 활력과 질을 높이는 방향의 노동관리와 여가문화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위한 제도화, 정책화를 서두르면서 노동시간 단축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김윤환 고려대 명예교수·노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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