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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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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교육을 받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 총리서리의 ‘맹모론(孟母論)’은 지도층 인사들이 갖고 있는 자녀 교육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장 총리서리는 자식 교육을 위해 이사를 세 번이나 다니는 불편과 희생을 감수했던 맹자의 어머니와는 달리 한 번도 이사를 가지 않고 여러 차례 주소만 옮기는 불법적인 방법을 택했다.
장 총리서리가 정말로 자녀를 올바로 교육할 생각이었다면 떳떳한 방법을 택했어야 옳다. 위장 전입을 한 동기도 맹모의 경우와는 비교하기 어렵다. 맹모는 주변 환경이 자식을 가르치기에 너무 열악해서 이사한 것이지 장 총리서리처럼 자녀를 좋은 가정 환경의 아이들과 함께 공부시키겠다는 이기적인 발상 때문에 이사한 것은 아니었다.
장 총리서리의 발언은 아파트 투기를 위해 강남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는 구실을 제공할 수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장 총리서리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치자. 그래도 일국의 총리가 되려는 사람으로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강남의 아파트값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도 없고 위장 전입을 할 수 있는 ‘재주’도 없는 보통 학부모의 심정을 고려했다면 맹모 운운은 피했어야 할 일이다.
학부모 단체인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이 24일 “사회병리 현상과도 같은 잘못된 교육열을 맹모의 올곧은 자식 사랑으로 미화하는 사람이 어떻게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장 총리서리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홍성철기자 교육팀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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