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성철/장서리의 ´孟母論´

  • 입력 2002년 8월 25일 18시 31분


장대환(張大煥) 국무총리서리는 23일 아들과 딸을 서울 강남의 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 전입한 사실에 대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잘못은 시인하지만 자녀를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려는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심정일 테니 이해해 줄 수 있지 않느냐는 항변이 담겨 있는 듯하다.

자녀가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교육을 받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 총리서리의 ‘맹모론(孟母論)’은 지도층 인사들이 갖고 있는 자녀 교육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장 총리서리는 자식 교육을 위해 이사를 세 번이나 다니는 불편과 희생을 감수했던 맹자의 어머니와는 달리 한 번도 이사를 가지 않고 여러 차례 주소만 옮기는 불법적인 방법을 택했다.

장 총리서리가 정말로 자녀를 올바로 교육할 생각이었다면 떳떳한 방법을 택했어야 옳다. 위장 전입을 한 동기도 맹모의 경우와는 비교하기 어렵다. 맹모는 주변 환경이 자식을 가르치기에 너무 열악해서 이사한 것이지 장 총리서리처럼 자녀를 좋은 가정 환경의 아이들과 함께 공부시키겠다는 이기적인 발상 때문에 이사한 것은 아니었다.

장 총리서리의 발언은 아파트 투기를 위해 강남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는 구실을 제공할 수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장 총리서리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치자. 그래도 일국의 총리가 되려는 사람으로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강남의 아파트값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도 없고 위장 전입을 할 수 있는 ‘재주’도 없는 보통 학부모의 심정을 고려했다면 맹모 운운은 피했어야 할 일이다.

학부모 단체인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이 24일 “사회병리 현상과도 같은 잘못된 교육열을 맹모의 올곧은 자식 사랑으로 미화하는 사람이 어떻게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장 총리서리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홍성철기자 교육팀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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