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손영애/수재민에게 따뜻한 손길을

  • 입력 2002년 8월 20일 19시 03분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달포 동안의 일들로 녹초가 되고 만 주위의 모습들에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의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주위에 널린 가재도구들이 고물상의 잡동사니로 변해버렸고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던 삶의 든든한 밑천인 가축들도 온데간데없고 마을 한구석에서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어제 하루종일 내리쬐는 햇살은 우리 수재민들에게 빗소리의 두려움을 잊는 것 이외에 삶의 조그마한 위안이기에 충분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여기저기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펼치는 구호의 손길로 분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군관의 노고로 다소 위안을 찾고 있는 터라 몰려든 사람들의 목소리와 수재의 아픔을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에 감사의 눈물이 앞을 가렸다.

매년 연중행사처럼 겪게 되는 물난리의 진상을 실제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단지 애처로운 남의 일일지 모르지만 실제 수해 당사자들의 고충과 마음고생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한참 비가 퍼붓고 있는 와중에 모 지방자치단체장은 우리 수재민의 아픔을 비웃기나 하듯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며 ‘우리 지역은 괜찮다’는 말을 했다는 사실은 수재민의 한사람으로서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봉사단 여러분의 손길은 본연의 일을 뒤로 한 채 내 일처럼 달려든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었다. 수해복구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수해지역의 물이 먼저 빠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하나라도 건지고 살리려는 우리네의 마음을 안다면 더 많은 손길을 염치없이 바랄 뿐이다.

손영애 경남 김해시 한림면 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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