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피플]한라건설 김재영사장 “품질 1위 돼야죠”

  • 입력 2002년 8월 13일 17시 00분


“양(量)보다는 질(質)로 승부하겠습니다.”

김재영(金在永·59·사진) 한라건설 사장이 자주 하는 말이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많이 짓기보다는 한국 주택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념비적인 ‘물건’을 만들겠다는 것.

김 사장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회사의 부침(浮沈)과 연관이 있다. 한라그룹의 중추 기업으로 잘 나가던 한라건설이 외환위기로 1997년 12월 부도가 나면서 ‘덩치’만 키우는 경영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으면서 무조건 많이 짓는 것이 좋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외환 위기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금리가 치솟자 대책이 서질 않았죠. 차라리 사업을 덜 벌렸으면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한라건설은 부도 이후 뼈를 깎는 구조 조정을 통해 98년 10월 화의(和議) 인가를 받는다. 특히 평면과 조경 시설 등을 차별화하는 등 품질 측면을 강조한 ‘한라비발디 아파트’와 ‘시크마’ 오피스텔을 서울 등 수도권에서 선보이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김 사장은 “화의 기업이라는 핸디캡도 물건만 좋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한라건설이 물량보다는 품질을 중시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잇따른 분양 성공으로 한라건설은 99년 7월 ‘화의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게 된다. 망한 회사가 극적으로 소생한 셈. 자금 차입이 원활해지고 소비자 인식이 좋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함께 얻었다.

하지만 외환 위기 이전의 관행이었던 물량위주 사업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다른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물량을 늘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사장은 “부도를 겪으면서 물량 1위보다는 품질 1위가 최선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앞으로 한라건설이 내놓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믿고 분양받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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