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허승호/강남 아파트값 해법은 수요분산

  • 입력 2002년 8월 11일 17시 57분


허승호·경제부 차장
허승호·경제부 차장
최근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또 들먹거려 정부가 고강도의 집값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뼈대는 △기준시가 인상 △아파트 매입자금 출처조사 △재건축 까다롭게 만들기 등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부터 강남지역의 재건축추진 아파트나 비싼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자금출처조사를 받는다. 만약 증여세 등 세금탈루사실이 드러나면 추징당한다.

4월에 올렸던 기준시가를 또 올려야 할 만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판국이니 대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대책은 꽤 효험이 있을 것 같다. 특히 투기심리를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인 효과도 있을지, 근본대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대책의 내용이 주택의 수요와 공급에 대해서는 별 영향을 못 주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기준시가 현실화는 공평과세를 위해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이지만 가격억제효과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재건축 억제는 엉뚱하게도 공급축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자금출처조사도 투기자금의 준동을 막는 효과는 있지만 수요량 자체를 장기적으로 조절하지는 못한다.

가격을 잡는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여 균형가격 자체를 낮추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거래가 잘 일어나지 않도록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증가시키는 방식이다. 이른바 ‘투기를 잡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식은 동원하기 쉽지만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 투기는 대부분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기 때문이다.

흔히 ‘투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들 하지만 이는 매우 부분적인 현상이다. 대부분은 가격상승 요인이 있기 때문에 미리 사두려는 차익(差益)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투기이다.

그런데 이번에 동원된 대책은 모두 두 번째(거래비용을 증가시키고 투기를 잡는) 방법들만 동원됐다.

물론 첫 번째 방법을 강남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정부가 두 번째 방식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런데 첫 번째 방식, 즉 근본적인 대책은 정말 없을까?

한 보고서를 인용해보자.

“강남에는 주로 고학력·고소득자가 산다. 강남에 사는 이유는 교육환경 때문이다. 이곳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제한되므로 가격은 오르게 돼있다. 그런데 공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빈 땅이 없다. 결국 수요를 줄여야 하는데, 이는 강남 사람들을 강남 밖으로 끌어내 수요를 분산시키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 근처에 매력적인, 근사한 신도시를 지어야 한다. ‘중산층의 주택보유’보다는 ‘고소득층의 교외이전’을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교육여건을 갖추지 못한 신도시, 고소득자가 외면하는 집은 암만 지어도 강남 주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강남지역 주택시장 분석)

어떤가? 장기적으로는 이런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허승호기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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