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張裳부결’ 네탓공방 볼썽사납다

  • 입력 2002년 8월 1일 18시 06분


정치권과 청와대가 장상(張裳)씨의 국회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부결과 관련해 벌이는 ‘네탓 공방’은 볼썽사납다. 임명동의안 부결은 인사청문회에서 장씨의 공직적격성 유무에 대한 판단의 결과인데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투표결과가 가져올지도 모를 ‘역풍’을 지레 우려한 정략적 발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민도 국회가 비교적 민심을 제대로 반영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마당에 정작 정치권은 스스로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으로 여겨 좌충우돌하고 있으니 이런 모순이 없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당내에서 수십명의 반대표가 나온 것은 덮어두고 한나라당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임명동의안 부결에 따른 국정혼란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돌리겠다는 것 같은데 그런다고 국민이 민주당 손을 들어줄리 만무하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장씨가 총리가 될 수 없다면 훨씬 더 도덕적 흠결을 안고 있는 사람을 대통령후보로 내세운 한나라당이 어떻게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느냐”며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후보직 사퇴까지 요구했는데 그 비논리성이 충격적이다. 자유투표를 선택했으면서도 그 결과를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는 수법은 이 정당의 ‘도덕적 흠결’을 보여준다.

청와대는 “해도 너무한다”며 국회탓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한심한 일이다. 이번 일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청와대가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부적격자를 총리후보로 골라 일어났다. 그런데도 오히려 문제를 바로잡은 국회를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당지도부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졌다며 민주당 내분탓에 부결됐다고 강조하는 것도 당당하지 못한 행동이다. 여성표를 의식해 그런지는 몰라도 비겁해 보인다.

인사청문회는 기본적으로 공직부적격자를 걸러내기 위한 장치다. 그런 터에 청문회 투표결과를 놓고 책임회피를 위해 정쟁이나 벌이는 것은 청문회의 의미를 반감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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