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76…아리랑(15)

  • 입력 2002년 7월 18일 18시 34분


“교육 칙어는 어떤 천황께서 내려주신 것인지, 아는 학생 손들어 봐라”

“네! 네!” 전원이 손을 들었다.

“저기, 조 군”

“메이지 천황이십니다”

“그렇다. 교육 칙어는 메이지 천황께서 우리들 신민이 한 시도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할 길을 알려주신 것이다. 황실의 선조는 아주 오랜 옛날, 원대한 뜻으로 일본이란 나라를 세우셨고, 신민에게 드넓은 은덕을 베푸셨다. 우리 신민들 또한 마음을 하나로 합하여 충효의 길을 지켜왔다. 이것이 바로 오랜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일본 제국에 불고 있는 실로 아름다운 바람의 모습이다. 메이지 천황은 이 바람은 신민이 지켜야 마땅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도 신민들과 함께 이를 준수하겠노라 말씀하셨다. 그리고 메이지 44년(1911년) 10월24일 조선 땅에도 칙어를 내려 주셨다. 너희들은 이렇듯 고마우신 천황 폐하를 모시는 대일본 제국의 명예로운 신민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천황 폐하의 은총을 갚기 위해서는 주야 지성으로 이 가르침을 지키며 충성스런 신민의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그리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조선 땅에도 아름다운 바람이 불게 될 것이다. 오늘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걸고 적지로 진군하는 병사들과 마음을 하나로 하여, ‘일본해 해전’을 부르기로 하자”

선생은 칠판에 가사를 쓰고, 학생들은 분필이 그리는 글자를 눈으로 좇으며 분필이 칠판에 부딪치는 소리에 귀기울였다.

1 적함이 나타나 다가오니

황국의 흥망이 오직 이 일거

각기 분려노력하라고

돛대에 신호의 깃발 오른다

하늘은 맑으나 바람 일어

쓰시마 앞바다에 파도가 인다

2 주력함대 앞길 가로막고

순양함대 뒤를 추격하여

사방을 에워싸고 공격하니

흩어져 침몰하는 적함

수뢰정대 구축대

놓치지 않으리라 뒤쫓아 공격

선생은 분필 가루가 묻은 손바닥을 건반 위에 펼치고 복도까지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일본해 해전’을 불렀다.

“자, 큰 소리로 우렁차게! 적함이 나타나 다가오니 황국의 흥망이 오직 이 일거”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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