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총련간부 민주화인정 문제 있다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45분


의문사진상규명위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를 받고 도피하던 중 숨진 전 한총련간부 김준배(金準培)씨의 활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국보법 폐지까지 권고한 것은 잘못이다. 한총련이 대법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돼 있는 마당에 이는 명백히 기존 법질서를 뛰어넘는 결정이다.

우리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의문사위가 고 장준하(張俊河) 최종길(崔鍾吉)씨의 사인규명에 성과를 올리는 등 의미 있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 암울한 시대에 잘못된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에 대해 명예회복을 시켜주는 것은 소중하고 값진 일이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를 민주화 범주에 넣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최근 들어 한총련이 달라지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김씨 활동 당시 한총련은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목적을 관철하려는 과격노선을 걸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관계자도 김씨는 민주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폭력시위를 주도해 민주헌정질서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의문사위가 대법원판례까지 부인하는 결정을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미 국가기관이 내린 결정을 다른 국가기관이 뒤집는 것은 기존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문사위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가 국보법폐지까지 건의했으니 의문사위의 직무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서해교전으로 국가안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마당에 국보법폐지 권고는 시점상으로도 적절하지 못했다.

국민은 지금 지난번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가 동의대사태 관련학생들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했을 때와 같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한시적인 국가기관들이 경쟁하듯 나서서 이처럼 국가의 계통성을 무너뜨리는 일을 해도 되는 것인가. 민주화는 무엇이고 국법질서는 무엇인지 국민은 헷갈리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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