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뛴 월드컵]<10>길거리응원 전문MC 윤태일씨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43분


“100만명이 한목소리로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던 그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5월21일 한국과 잉글랜드의 평가전 때부터 지난달 29일 있은 월드컵 3, 4위전까지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무대에 올라 수십만 시민의 응원을 이끌었던 윤대일씨(32·전문 MC·사진). 서울시청 앞에 모였던 시민들은 특유의 묵직한 목소리로 “다 같이 함성∼∼”을 외치던 윤씨를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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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끝났지만 윤씨는 아직도 그때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윤씨는 “시청 앞에서 정신 없이 응원하고 있는데 같이 사회를 보던 모 방송국 아나운서가 ‘사회자(MC)는 그렇게 성대를 혹사시키면 안 된다’고 충고하더군요. 그렇지만 수십만 시민을 상대로 응원을 이끌면서 목을 아낄 수는 없었죠”라며 당시를 기억했다.

윤씨는 월드컵 개막을 한 달 앞둔 4월 말부터 월드컵 응원단을 구성해 서울을 비롯해 전국 9개 도시를 찾아다니며 ‘붉은 악마’가 되어 한국팀을 응원하자는 ‘비 더 레즈(Be The Reds)’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전문 MC와는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물리학도 출신. 충북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생 때부터 전문 MC로 활동해 왔다.

쑥스러워 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하루 9시간씩 ‘대∼한민국’ 등 응원구호를 외치며 동참을 호소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하나 둘씩 늘어가는 시민들을 보면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자신이 시청 앞에서 수십만명의 응원을 이끌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윤씨는 “시청 앞에서 태극기를 두른 할머니 한 분이 고생한다면서 만두를 전해주셨는데 그땐 정말 콧등이 찡하더군요”라며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MC로서도 소중한 경험을 했다는 윤씨의 꿈은 기존의 붉은 악마 응원단에 견줄만한 길거리 응원단 ‘태극’을 결성하는 것.

그는 “태극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파란색이 조화를 이룬 태극응원단을 조직해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축구 대표팀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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