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월街의 족집게’ 내부정보 이용 의혹

  • 입력 2002년 6월 28일 17시 48분


《미 기업사상 최대의 회계분식 사건인 월드컴 스캔들이 터지면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위상이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 4월 미 정부가 메릴린치 등 증권사의 투자정보 왜곡사건을 조사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한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신뢰도는 월가의 유력 애널리스트가 월드컴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고 USA투데이가 27일 보도했다. ‘월가의 4대 황제’중 한 명으로 통하는 살로먼스미스바니(SSB) 증권사의 잭 그러브먼(48)은 내달 초 열리는 하원 청문회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그러브먼은 올해 월드컴이 분식회계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주가가 90% 이상 폭락하는 등 심각한 경영불안 징후를 보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월 이 회사를 추천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에 대해 조사 받을 예정이다. 그는 또 회계부정이 드러나기 바로 전날인 24일에야 월드컴의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이 ‘내부자 정보’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증권사 페인웨버에서 94년 SSB로 스카우트된 그러브먼은 당시 인수 합병을 통해 급성장한 월드컴을 강력 추천하면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브먼은 분석 기업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애널리스트 윤리규정을 무시하고 월드컴의 투자설명회에 자주 참석해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수를 권고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월드컴 설립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버나드 에버스가 “통신업계에서 가장 걸출한 경영자”라고 추켜세웠다.

95년부터 99년까지 월드컴의 주가가 7배 이상 뛰어오르면서 분석력을 인정받은 그러브먼은 99년과 2000년 증권 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에 의해 최고의 애널리스트에 선정됐으며 업계 최고액인 200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등 명성을 날렸다.

그러브먼은 지난해 비즈니스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컴과의 친분관계가 객관적인 분석에 방해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의 특별한 관계는 일종의 시너지(통합) 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전문 머니지(紙)에 따르면 그러브먼이 강력 추천한 10대 기업 중 월드컴, 글로벌크로싱, 퀘스트 등 4개사는 파산 신청을 했으며 5개사는 주가가 주당 1달러 미만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투자자가 그러브먼의 권고대로 투자했을 경우 손실율이 74.5%에 이를 것이라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4월부터 그러브먼을 조사해 온 뉴욕주 검찰은 26일 그에 대한 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그러브먼의 고용주인 SSB증권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브먼은 2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월드컴의 회계부정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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