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사랑에서 깨어나 진실찾기 '동화밖으로 나온 공주'

  • 입력 2002년 6월 28일 17시 48분


실루엣 애니메이션 '프린스 앤 프린세스'
실루엣 애니메이션 '프린스 앤 프린세스'
◇ 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마샤 그래드 지음 김연수 옮김/295쪽 8000원 뜨인돌

맘에 들지 않는 머리 모양이나 수십만원에 달하는 휴대전화를 바꾸는 일도 이 일에 비하면 별 일 아닌 것 같다. 보통 ‘난이도(難易度)’를 가진 일이 아니다. 무슨 일이길래? 바로 ‘생각 하나 바꾸는 일.’

얼핏 생각하면 ‘뭐, 그까짓 거…’하고 쉽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라.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는 ‘적(敵)’들을.

오늘은 그 어렵다는 ‘내부의 적 소탕작전’을 훌륭하게 완수한 빅토리아 공주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모두 박수! /

-빅토리아 공주,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공주의 성장 과정을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전 동화 속의 이야기가 진짜 일어나는 일이라 믿었어요. 모든 공주들은 그 후로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얘기 말이죠. 소원은 반드시 이뤄지고, 사랑만이 모든 것을 이겨내는 그 모든 이야기들을요. 잠들기 전 동화를 읽으며 날 찾아오는 왕자님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어요. 또 수줍은 듯 눈썹을 치켜뜨고, 새침하게 한숨을 내쉬면서 ‘왕자님이 오실 줄 알고 있었어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주로 했지요.”

-공주는 제국도서관에서 상상 속에 그리던 너른 가슴팍과 딱 벌어진 어깨와 칠흑처럼 검은 머리칼을 가진 왕자를 만났지요? 그와의 결혼 생활은 어땠나요?

“왕자는 저의 예의바른 우아함과 섬세한 성격을 사랑한다고 했어요. 제가 가진 재치를 높이 평가했고 지적인 면에 자극을 받는다고도 했지요. 그와 함께 있을 때 전 더없이 아름답고 특별하고 당당하고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달콤한 신혼생활은 잠시였어요. 그는 ‘낄낄박사(공주는 유쾌한 그를 이렇게 불렀다)와 하이드’의 이중생활을 했어요.”

-왕자가 두 얼굴을 가졌다는 이야기인가요?

“왕자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제 사회생활을 반대했지요. 늘 상냥하고 재밌었던 그는 어느 순간 불평 불만과 독선이 가득찬 사람으로 변해버리고 말았어요. 제게 온갖 독설을 퍼부으며 깊은 상처를 건드려댔지요.”

-당신은 왕자가 못된 마법에 걸린 것이라며 온 나라를 다니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요? 소문이 자자했었는데요…. 그러다 어느날 불현듯 여행을 떠난 까닭은 뭡니까?

“너무 괴로워서 마음을 다스리려고 잠시 친정에 가있던 동안, 어린 시절에 잠시 알았던 올빼미 박사를 만났던 것이 계기가 됐어요. 박사는 제게 ‘진실을 찾아 가라’고 권유했지요. 전 그 여행에서 제 모습을 찾았어요. 왕자에게 상처받고 내 존재를 사랑하지 못해, 그 공허감으로 스스로를 학대하고 고통받았던 제 모습을 보게 된 것이죠.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요.”

-‘나를 사랑하는 법’이라구요….

“여러분도 생각해보세요. 일상에서 받은 상처를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나요? 대부분 그 상처가 더 깊어질 것을 알면서도 자꾸 그 상처에 집착하게 되지 않던가요? 그런 노력은 예전에도 아무런 소용이 없던 방식이었잖아요. 상처에서 눈을 떼, 원래 아름다웠던 자신의 모습을 보세요.”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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