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내식/학생 체벌, 회초리 대신 감점제도 활용…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42분


26일 교육부가 ‘중고생 체벌 엉덩이 10회 이내로’라는 내용의 학교생활규정을 발표했다. 21세기 첫 세계적인 축제인 월드컵에서 4강의 경이적인 성적을 올린 나라에서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말인가. 선생님이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을 지도함에 ‘50∼60㎝ 나무로 5∼10회 이내로 엉덩이’를 치도록 허용한다니…. 도대체 교육부는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지침을 내린단 말인가. 그들은 월드컵 경기도 안 보았는가. 축구에서 반칙이나 거친 태클(폭력)을 하는 선수에게 심판이 폭력으로 저지하지 않는다.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사용하는 축구에서 배워야 한다.

말 안 듣는 학생을 징계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감점제도’를 활용하든지 ‘내신성적’에 반영하든지 할 수 있다. ‘나무 회초리’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클 것인지 생각해 보라. 군대에서 고참병은 신참병을, 학교에서 선배는 후배를, 회사에서 기성사원은 신입사원을, 교도소에서 고참 죄수는 신입 죄수를 ‘교육’이란 명목으로 체벌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강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한다’는 생각이 만연한다면 형법에서 폭력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겠는가. 일전에 미군부대 앞에서 뛰어가는 병사를 보고 왜 뛰어가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병사는 “지각하면 봉급이 깎인다”고 답했다. 이 얼마나 좋은 처방인가. 교육부는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엉터리 지침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김내식 서울 노원구 하계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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