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획일적 손절매는 하락만 부채질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24분


26일 종합주가가 54포인트나 폭락한 것은 기관의 손절매와 일부 개인의 투매에 따른 것이다. 투매는 기업이나 경제에 대해 합리적 판단을 미룬 채 일단 팔고 보는 방법. 군중 심리가 작용하기도 한다.

손절매가 손실을 줄이는지 여부는 투매 후 증시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큰 폭으로 상승한 뒤 하락세로 돌아선 초기에는 손절매가 바람직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점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일시적 충격으로 주가가 폭락할 때는 서둘러 손절매하는 것보다 반등을 기다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기관 투매가 폭락 유도〓26일 주가 폭락은 기관의 손절매 영향이 컸다. 기관은 이날 거래소에서 1292억원어치, 코스닥에서 10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가가 떨어져 미리 정해놓은 손실에 이르면 자동적으로 주식을 내다파는 손절매 물량이 쏟아졌다.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때 컴퓨터가 한꺼번에 손절매 물량을 내놓아 주가가 폭락했던 것처럼 이날 국내 주가폭락은 시스템에 의한 ‘블랙 웬즈데이’였다. 반면 외국인은 주가폭락을 싼값에 주식을 사는 기회로 삼아 40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제일투자신탁증권 이길영 상무는 “손절매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의 손절매 방식이 경직된 위험관리 방법이라는 얘기다.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펀드를 평가하는 방식도 기관의 투매 요인이다. 굿모닝증권 홍성태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의 펀드는 규모가 크고 장기성 자금이 많다. 이 때문에 한국처럼 시스템에 의한 투매는 적다”고 말했다.

▽개인 투매 심리도 강해〓유럽의 유명 투자가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시장은 돈과 심리가 좌우한다. 주식시장처럼 군중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곳도 드물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개인투자자가 다소 감성적인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사이버거래 비중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더 빨리 더 많은 주문을 낼 수 있게 됐다. 이는 군중 심리로 인한 투매현상의 파장을 크게 만드는 요소다.

▽투매 후 반등 많아〓2000년 이후 하루에 주가가 6% 이상 폭락한 때는 8번이었다. 이 가운데 일주일 이내에 폭락한 날의 종가 이상으로 반등을 하지 않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2000년 4월 17일 종합주가지수는 800.89에서 707.72로 급락했다. 93.17포인트, 11.63%나 폭락한 것. 이후 4일 연속 반등해 4월21일 767로 회복했다.

같은 해 5월 26일에도 42.87포인트 급락해 656.66을 나타냈지만 일주일 새 800대로 급등했다. 2000년 9월에도 두 차례 폭락 후 반등이 나타났다.

2001년 9·11테러로 9월12일 64.97포인트가 떨어졌지만 이후 꾸준한 반등세를 이어갔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폭락 때 투매에 참여해서는 재미를 보지 못한 때가 더 많았다”며 “대세가 꺾였다고 판단하더라도 폭락 당일 오후보다는 다음 날 이후 반등 때 파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주가 조정 초기에 투매가 나타날 때는 주식 매도가 손실을 줄일 수도 있다”며 “4월 말 이후 소폭의 투매는 몇 차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투매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1999년 이후 종합주가지수 폭락일과 향후 추이
일자종합 주가지수하락률(%)등락률(%)
1일뒤10일뒤
2001.9.12475.60-12.024.97-0.58
2000.4.17707.22-11.635.592.50
2000.9.18577.56-8.06-1.112.02
1999.7.23904.96-7.34-3.543.68
2000.9.22553.25-7.175.6710.05
2002.6.26701.87-7.15 1.22?
2000.1.5986.31-6.87-2.59-4.82
2000.10.17512.85-6.770.260.32
2000.5.26656.66-6.13-0.1127.37
2000.6.15770.95-5.90-1.546.22
1999.6.9803.46-5.876.5510.60
1일뒤와 10일뒤는 거래일 기준이며 폭락일 이후의 주가 욱직임만을 계산한 것임.
자료:동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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