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본]日 베컴 열풍 이젠 끝날까

  • 입력 2002년 6월 21일 22시 59분


일본열도를 들끓게 한 ‘베컴(사진) 신드롬’은 이제 막을 내릴 것인가.

21일 시즈오카 월드컵 스타디움 에코파. 잉글랜드-브라질 8강전을 몇 시간 앞두고 가케가와 기차역을 빠져나오는 일본인 청년들은 대부분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개중에는 닭 벼슬처럼 머리를 세운 ‘베컴 머리’를 한 젊은이도 있었다.

상대가 일본과 오랜 교류가 있어온 브라질인지라 여느 때보다는 많은 ‘반 잉글랜드파’가 있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관중석은 붉은색과 흰색의 잉글랜드 유니폼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몰려온 응원단뿐만 아니라 일본 관중들의 응원까지 등에 업고 경기를 했다.

특히 일본 젊은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은 선수는 ‘귀공자’ 베컴이었다. 일본에서 베컴의 자서전이 불티나게 팔렸고, 베컴이 입고 TV에 나왔던 청바지 브랜드를 사기 위해 줄이 이어졌다. 일본 신문들은 잉글랜드가 승리한 다음날이면 골을 넣은 선수보다 환호하는 베컴의 얼굴을 전면 사진으로 뽑았다. TV는 베컴의 일거수 일투족을 프로그램의 주제로 삼았다.

베컴은 일본에서 스타로 대접받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부상에서 벗어나 극적으로 선발 출장 멤버에 합류했고, 첫 경기에서 보여준 명성에 걸맞은 플레이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후안 베론,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등 그의 라이벌들은 일찌감치 짐을 쌌다. ‘죽음의 조’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잉글랜드의 활약도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을 했다.

그러나 잉글랜드가 21일 브라질에 패해 탈락하면서 더 이상 경기장에서 등 번호 7번 유니폼을 입은 일본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어려울 듯하다. 실제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멋있어서”라는 것이 일본 젊은이들이 잉글랜드를 응원하는 이유였다. 때문에 잉글랜드가 탈락한 이후에도 일본열도에 ‘베컴 신드롬’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시즈오카〓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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