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전주지역 암표상들 ‘울상’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12분


“파리만 날리는 정도가 아니라 쫄딱 망했어요.”

한국이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바람에 가장 울상을 짓고 있는 사람이 누굴까. 바로 전주지역의 암표상들일 것이다.

이들은 한국이 조 2위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17일 G조 1위와 D조 2위간의 16강전이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입장권을 대거 매입해 ‘대박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전이 열린 부산,대구,인천에서 10만원대의 입장권이 무려 60만원대까지 치솟으며 이들의 꿈도 무럭무럭 커져만 갔다.

4만2000여명을 수용하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의 국내 판매분이 대부분 팔려나가고 해외 미판매문 1400여장만 남은 것도 이 때문.

그러나 한국전이 대전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이들은 졸지에 ‘마른 하늘에 벼락을 맞은 꼴’이 됐다.

16일 스페인-아일랜드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암표상들이 그나마 절반값이라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17일 전주역과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몰려선 암표상들은 경기시작 2시간전까지 19만2000원짜리 1등석을 7∼8만원까지 부르다 1시간이 지나자 3∼4만원까지 낮췄고 그나마 몇몇 외국인들만 관심을 기울일뿐 대부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팔리지 않은 수십장의 표를 부채삼아 파리를 쫓는 사람들도 부지기수.

울상을 짓기는 전주시도 마찬가지. 전주시는 한국전이 열릴 경우 국내외 축구팬이 대거 몰릴 것을 예상하고 전날부터 도심 퍼레이드와 불꽃축제,민속예술단 공연,거리응원전 등을 준비했지만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 됐다.

오히려 미국전이 열림에 따라 경기장 인근 경비가 대폭 강화되는 바람에 축제분위기를 느낄 수조차 없어 시민들은 긴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전주〓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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