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자아경영]"미래희망에 속지마라"

  • 입력 2002년 6월 14일 17시 30분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정현종 옮김/195쪽 8500원 물병자리

책이란 묘한 것이다, 책방에 널린 즐비한 책들 속에서 이 책을 골라 쥐는 순간 내게 어떤 떨림이 있었다. 이 책을 옮긴 정현종씨가 30년 전, 외국의 한 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물 같고 숨같은’ 책임을 감지했을 때와 모름지기 비슷한 떨림일 것이다. 좋은 책은 발견하는 순간 느끼게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눈에 띄는 얼굴이 있듯, 좋은 책은 죽은 책들과 달리 살아서 숨쉬고 있는 자신을 감출 수 없다.

이 책을 열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마음과 만나게 된다… 오랜 세월 우리들은 선생에 의해, 권위자들에 의해, 책과 성인들에 의해 마치 숟가락으로 떠 먹여지듯 양육되었다. 그리하여 원래의 모습 그대로, 그 명징함으로 남지 못했다. 우리 각자는 ‘과거로 채워진 창고’다. 우리가 어제의 죽은 권위로 자신을 바라 볼 때, 우리는 살아있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알 수 없게 된다. 권위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어제의 모든 것이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란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마음이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때 고독은 놀랄 만큼 아름다운 것이 된다. 우리는 내적으로 가난해야한다. 가난이란 사회적 고독이다. 사회로부터의 자유를 위하여 자기의 둘레에 벽을 쌓고 스스로를 봉쇄하는 것은 고립이다. 이것은 고독이 아니다. 고립은 우리를 구할 수 없다. 그러나 고독은 다른 것이다. 고독은 과거에 대한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다,

또한 미래는 우리가 즐겨 숨는 도피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평화롭게 안주할 내일은 없다. 내일은 내일의 고뇌로 가득할 것이다. 시간은 우리 마음 속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막는 사기꾼이다. 시간은 ‘생각과 행동 사이의 간격’이다. 우리는 생각하고 있으나 아직 행동하지 못할 때 갈등을 겪게 된다. 그래서 시간은 슬픈 것이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한다. 배운다는 것은 과거가 없는 끊임없는 운동이다. 과거의 것임에도 끊임없이 현재를 지배하는 관념과 기억으로 부터 자유로워질 때, 우리는 참 잘 배우고 있는 것이다, 배고플 때, 우리는 이 배고픔을 어제의 배고픔과 비교하지 않는다. 어제의 배고픔은 기억일 뿐이다. 비교하지 마라. 만일 내가 나를 다른 사람과 저울질하고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면 나는 내 자신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나는 하나의 환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파괴한다.

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비가 나뭇잎에 오래 쌓인 먼지를 씻어내듯 그렇게 비와 나뭇잎으로 만나야한다. 이 책은 아름다운 책이다. 그러나 시시한 명상 책이 아니다. 과격하고 무자비한 책이다. 과거와 미래를 죽임으로써 오늘을 오늘답게 만들라고 선동한다. 매순간 죽어야 매순간 새롭게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혁명은 거듭됨으로 비로소 혁명이 될 수 있다.

변화경영전문가 bhgoo@bhg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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