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부자가 16강 함께 올랐다

  • 입력 2002년 6월 14일 17시 04분


이탈리아의 '말디니 부자(父子)'가 함께 웃었다.

파라과이팀 감독인 아버지 세사레 말디니(70)와 이탈리아팀 주장선수 파올로 말디니(34) 부자가 2002한일월드컵에서 나란히 16강 토너먼트에 진출, 제2라운드에 나서게 된 것.

결과는 행복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기에 이들 부자의 기쁨은 더욱 컸다.

먼저 16강에 오른 쪽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32개팀 사령탑중 가장 나이가 많은 아버지 세사레 말디니.

파라과이는 12일 조별리그 B조 마지막 경기에서 슬로베니아를 3-1로 꺾으면서 남아공을 다득점차로 제치고 극적으로 16강에 올랐다.

'노장' 말디니에게 행운이 따른 순간이었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이탈리아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말디니 감독은 8강전에서 프랑스에 승부차기 끝에 3-4로 패해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그러나 파라과이 감독을 맡은 뒤 운이 따르고 있다. 파라과이의 '괴짜 골키퍼' 칠라베르트도 "말디니 감독은 우리의 영광이자 기쁨"이라고 말할 정도로 말디니 감독과 선수들간에 호흡이 잘 맞고 있다.

말디니 감독은 1962년 칠레월드컵에 이탈리아대표팀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고 그후 이탈리아 프로축구의 명문 AC밀란의 감독으로 오랫동안 재직했으며 1982년 스페인월드컵과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는 이탈리아대표팀 수석 코치로 참여했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축구 명가'의 전통을 잘 이어가고 있다.

파울로 말디니가 수비의 핵으로 포진한 이탈리아는 G조에서 크로아티아, 에콰도르와의 치열한 조 2위 다툼 끝에 예선 최종전에서 멕시코와 1-1로 비기며 16강에 올랐다.

아들 말디니는 90년 이탈리아월드컵부터 4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며 이탈리아대표팀의 최후방을 지키고 있는 대들보.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는 예선탈락의 비운을 맛볼 위기까지 갔지만 극적으로 회생해 16강 진출을 이뤘다.

개막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국제통화(파라과이는 한국에서, 이탈리아는 일본에서 경기)로 부자의 정을 과시했던 이들이 한국에서 함께 16강전을 치르게 됐다. 그리고 두팀이 4강전까지 오를 경우에는 25일 서울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적(敵)'으로 격돌하게 된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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