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을용, 이영표 빈자리 꽉 채웠다

  • 입력 2002년 6월 5일 01시 34분


폴란드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의 가장 큰 악재는 왼쪽 미드필더 이영표의 갑작스러운 부상이었다.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재간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던 이영표가 출전하지 못해 왼쪽 공격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첫 골은 바로 그 왼쪽에서 터졌다. 골 폭죽의 도화선은 이영표의 부상으로 출전 기회를 잡은 이을용(27·부천). 설기현의 스로인을 받은 이을용은 힐끗 골 문 앞을 쳐다봤다. 황선홍이 수비 틈새를 헤치고 공간을 만들어내자 이을용은 지체없이 패스했다. 자로 잰 듯 정확하게 황선홍의 왼발에 연결된 볼은 폴란드 골 그물을 흔들었다.

월드컵 첫 승의 발판이 된 첫 골을 어시스트한 이을용은 지난해 11월부터 5월 16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 때까지 왼쪽 미드필더 자리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던 선수. 체력이 뛰어나고 넓은 시야에 패싱력도 갖춰 히딩크 감독의 신뢰가 두텁다.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평가전에서는 수비수 4명과 중앙 미드필더 3명을 세우는 4-3-3 포메이션을 구사하면서 이영표에게 밀려 ‘잠시’ 벤치를 지켰지만, 16강 진출의 사활이 걸린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이탈리아 엔코나에서 뛰고 있는 폴란드 오른쪽 피드필더 마레크 코지민스키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후반 12분에는 1m87, 81㎏의 거구 토마시 하이토의 강슛을 몸을 던져 막아내는 투혼을 보였다.

부산〓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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