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본]日맏형 나카야마, 방 개방해 후배 다독다독

  • 입력 2002년 5월 28일 18시 50분


“승리는 인화에서 나온다.”

28일 재소집된 일본대표팀의 최고참인 ‘맏형’ 나카야마 마사시(35·주빌로 이와타·사진)가 시미즈현 이와타시의 대표팀 합숙소내 자신의 방을 24시간 개방키로 했다.

나카야마는 일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월드컵 대회에서 골을 넣어 본 선수로 카리스마를 지닌 존재. 후배들에게 98년 프랑스 월드컵대회시 골절을 무릅쓴 분투 장면을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시킨 바 있다.

나카야마의 ‘룸 개방 정책’은 4년 전 프랑스 월드컵대회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 큰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긴장감을 적절히 풀어주지 못하면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

98년 프랑스대회때 일본대표팀은 첫 경기인 아르헨티나와의 대결에서 0-1로 진 다음각자 방에만 틀어박혔다. 숙소에 게임센터를 준비해놓기는 했지만 패배의 아픔에 이어지는 답답함과 압박감으로 누구도 근처에 얼씬하지 않았다. 분위기는 더욱 침체됐고 크로아티아전에서 0-1, 자마이카전에서 1-2로 모두 졌다. 3전 전패.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대가 참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 월드컵대회는 개최지가 일본이라 일본팀 선수들의 긴장감이 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표팀 최고참인 나카야마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가 주축이 된 한참 후배들이 ‘형님 방’을 스스럼없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한 것.

무엇보다 선수 사이의 인화가 중요하다는 점은 일본 대표팀이 5월 초 유럽 원정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0-1로 진데 이어 노르웨이에 0-5로 연패하고도 좌절하지 않고 25일 스웨덴과 1-1로 비긴 대목에서도 알 수 있다. 노르웨이에 참담하게 지고 일본으로 귀국하기 전날 나카야마와 친밀한 사이인 나카타 히데토시는 선수들을 불러 모아 술자리를 만들었다. 20명 안팎의 선수들은 맥주 100여병을 비우며 호텔측이 제발 조용히 해달라고 불평을 하던 말던 맘껏 기분을 풀었다. 쇼크에서 한시라도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유럽 프로팀에서 뛰며 몸으로 익힌 것.

최고참 나카야마, 유럽파인 나카타의 분위기 조성에 박자를 맞추듯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도 선수들에게 숨통을 틔어주고 있다.

트루시에 감독은 스웨덴과의 대결이 끝난 뒤 선수가족 80여명을 숙소로 초청해 바베큐 파티를 벌이며 선수들이 술을 입에 대는 것을 허락했다. 술이 달아오른 선수 몇몇은 파티장 옆 수영장 안으로 감독을 밀어 넣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현재 일본 대표팀 숙소에 알콜류 반입을 금지해 놓은 상태. 그러나 16강에 오른 뒤에는 허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카야먀 선수의 방 개방이나 트루시에 감독의 음주허용 등은 결전을 며칠 앞둔 이제는 팀의 인화가 승리의 최우선 관건이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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