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원의 위생상태는 병이 옮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강력한 항생제도 듣지 않을 만큼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는 주로 의료인의 손을 통해 전염된다. 따라서 진료할 때마다 손을 씻으면 예방할 수 있는데도 의사들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손 씻기를 게을리 해 병원 내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된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감염이 확인되면 바로 본인과 가족에게 알리고 전염루트를 차단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 게 병원이 할 일이다. 그러나 기막히게도 일부 병원들은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이유 등으로 감염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집단감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병원 내 감염이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면도 있다”는 한 의사의 실토는 환자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물론 병원 내 감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해마다 200만명가량의 환자가 발생해 6만여명이 숨진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이 우리와 다른 점은 각 병원이 감염사실을 공개하고 감염관리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는 통계자료는커녕 대한병원협회가 만든 ‘병원감염관리준칙’조차 재정난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니 우리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는가.
무엇보다 선진국처럼 감염관리사를 두는 등 각 병원이 감염관리 업무를 제도화해야 한다. 또한 정부도 감염사고를 밝혀내 책임을 묻고, 대신 감염관리에 적극적인 병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병 옮는 것이 무서워 병원을 못 가는 일이 생기는 보건 후진국은 면해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