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병 옮을까봐 병원 못 간다면

  • 입력 2002년 5월 19일 18시 11분


입원환자들이 슈퍼박테리아에 집단 감염돼 숨지고 있다는 보도는 병원 내 감염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병원에서 병 옮는다’는 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병원들이 예방이나 확산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감염사실을 숨기는 데만 급급해왔고 정부 보건당국도 이를 방관해왔다니 얼마나 부도덕한 일인가.

일부 병원의 위생상태는 병이 옮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강력한 항생제도 듣지 않을 만큼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는 주로 의료인의 손을 통해 전염된다. 따라서 진료할 때마다 손을 씻으면 예방할 수 있는데도 의사들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손 씻기를 게을리 해 병원 내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된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감염이 확인되면 바로 본인과 가족에게 알리고 전염루트를 차단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 게 병원이 할 일이다. 그러나 기막히게도 일부 병원들은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이유 등으로 감염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집단감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병원 내 감염이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면도 있다”는 한 의사의 실토는 환자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물론 병원 내 감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해마다 200만명가량의 환자가 발생해 6만여명이 숨진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이 우리와 다른 점은 각 병원이 감염사실을 공개하고 감염관리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는 통계자료는커녕 대한병원협회가 만든 ‘병원감염관리준칙’조차 재정난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니 우리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는가.

무엇보다 선진국처럼 감염관리사를 두는 등 각 병원이 감염관리 업무를 제도화해야 한다. 또한 정부도 감염사고를 밝혀내 책임을 묻고, 대신 감염관리에 적극적인 병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병 옮는 것이 무서워 병원을 못 가는 일이 생기는 보건 후진국은 면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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