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때 그이야기]제14회 이탈리아대회

  • 입력 2002년 5월 17일 19시 03분


이탈리아월드컵서 황보관(中)이 114km에 이르는 30m짜리 대포알 슈팅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이탈리아월드컵서 황보관(中)이 114km에 이르는 30m짜리 대포알 슈팅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1990년 제14회 월드컵은 1934년 이후 56년 만에 다시 이탈리아에서 열렸다.

대회 때마다 증가해 온 예선 출전국 수가 처음으로 줄어들어 86년 멕시코월드컵의 121개국에서 112개국으로 감소했다. 경제난에 시달린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거 기권했기 때문. 세네갈은 자국 축구협회의 행정착오로 출전 신청을 못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예선에서는 플라티니가 지휘봉을 잡은 프랑스의 탈락이 이변이었고 전년도 개최국 멕시코는 부정선수 파동으로 출전 자격 박탈의 징계를 받아 망신살이 뻗쳤다.

이회택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한국은 86멕시코 대회 이후 2연속 예선을 통과했다. 본선에서 한국은 스페인 벨기에 우루과이와 E조에 속해 16강을 노렸으나 3패의 성적으로 보따리를 싸야했다.

최순호(포항스틸러스 감독)와 황보관(일본 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은 이 대회와 각별한 기억이 있다. 당시 대표팀 최고참이었던 최순호는 본선을 앞두고 태어난 아들 이름을 ‘로마’라고 지어 화제를 불렀다. 황보관은 스페인전에서 0-1로 뒤진 전반 종료 2분전 시속 114㎞되는 중거리슛으로 한국의 본선 첫 골을 장식하며 ‘캐논 슈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황보관은 요즘도 ‘canonshooter1990’이라는 긴 이메일 주소 ID를 쓰며 그 때를 떠올리고 있다.

이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카메룬에게 쏠렸다. 카메룬은 개막전에서 전년도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고 여세를 몰아 아프리카 국가로는 최초로 8강에 진출했다. ‘카메룬 태풍의 핵’은 38세의 ‘검은 사자’ 로저 밀러. 루마니아와 콜롬비아전에서 각각 2골을 터뜨리며 역대 월드컵 최고령 득점 기록을 세웠다.

지루한 수비 축구로 경기의 재미가 반감된 가운데 준결승 2경기가 모두 승부차기로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맥빠진 경기가 계속되면서 승부차기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각 팀이 공격보다는 최대한 비기기 작전을 펼치다 운좋게 승부차기를 통해 이기려 한다는 것.

어쨌든 서독은 2회 연속 결승에 올라 아르헨티나를 1-0으로 누르고 통산 3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역대 월드컵 결승 사상 처음으로 페널티킥으로 승부가 갈렸으며 후반 39분 브레메가 결승골의 주인공이었다. 서독의 베켄바워 감독은 74년 대회에서 선수로 우승을 맛본 데 이어 감독으로 다시 헹가래를 받았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부터 이어온 ‘득점왕〓6골’의 징크스는 그대로 이어져 이탈리아의 스킬라치가 그 바통을 이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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