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순수세계 그린 영상에세이 '슬픔도 오리지널이…'

  • 입력 2002년 5월 17일 17시 26분


슬픔도 오리지널이 있다/ 신현림 지음/ 172쪽 9800원 동아일보사

왜 슬픔에 오리지널이 있을까? 어떤 물건이나 개념도 오리지널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가 말하는 슬픔의 오리지널, 혹은 이데아는 무엇일까? 지상에서 저 멀리 떨어진 맑은 하늘을 올려 보았을 때 느끼는 순수한 영혼의 상태가 그것이란다.

그 순수를 느끼기 위해 그는 두 질료(質料)를 선택했다. 아니, 수단이라는 말이 정확할까. 직접 고른 20명 사진작가의 사진작품을 페이지마다 담아냈고, 자신이 쓴 에세이를 맞춰 담아냈다. 익숙한 일이었을 터다. 그 자신이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시인이니까.

핀카소프의 사진 ‘풍경산책’. 푸른 저녁을 배경으로 가냘픈 다리(橋)가 허공에 걸려있다. 시인은 ‘사진에 깃들인 푸른 정적마저 마셔버리고 싶다’고 말한다. ‘자라나 빔지’의 녹색 영상들. 시인은 가르시아 로르카의 싯구절을 떠올린다. ‘녹색 나 그대 사랑하네 녹색으로./녹색 바람, 녹색 가지들./(…)/긴 바람이 입 속에/쓸개, 박하, 알바아카의/묘한 냄새를 남겨놓네.’

“누구나 자기 환상의 수첩을 기록하는 자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러나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환상일지 모른다고 비관하면서도 숨결이 흐르는 모든 게 좋다.”(작가의 말)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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