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우즈 “황색 돌풍 운이 아니다”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55분


‘골프 황제’는 사람을 보는 눈도 남들과 다를까.

미국PGA투어에서 2주 연속 아시아 선수가 우승하면서 현지 언론은 ‘황색 돌풍이 태평양을 건너 몰려온다’며 뜨거운 관심 속에 호들갑을 떨었다. ‘아시아인의 침공’이라는 표현까지 신문 지상에 등장한 가운데 타이거 우즈(미국)는 최경주(슈페리어)와 마루야마 시게키(일본)의 ‘우승 릴레이’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어머니가 태국인으로 역시 아시아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우즈는 마루야마가 바이런 넬슨 클래식에서 우승하던 날 불쑥 “아시아 선수들이 운이라도 좋아 갑자기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시아에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에 그런 토양을 뚫고 미국 무대에 뛰어든 선수라면 얼마든지 우승도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거의 해마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는 우즈의 아시아 골프에 대한 평가는 누구보다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흔히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일’로 비유되는 미국 투어에 진출하면 선수들의 기량이 그야말로 백지 한장 차이여서 누구라도 정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 우즈의 설명.

이런 우즈의 말처럼 PGA투어에서 ‘천당과 지옥’은 그리 멀지 않은 듯 하다. 최경주는 지난주 컴팩클래식에서 맛본 짜릿한 첫 우승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바이런넬슨클래식에서 컷오프 탈락의 아픔을 씹었다.

반면 마루야마는 최경주가 우승한 대회에서 컷오프 당해 보따리를 싸더니 바로 다음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으며 활짝 웃었다.

마루야마의 우승 장면을 TV로 지켜본 최경주는 라이벌 의식에 새롭게 불이라도 붙인 듯 “내게 또 다른 자극이 됐으며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2000년 나란히 미국 투어에 데뷔해 아시아 골퍼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은 최경주와 마루야마는 16일 밤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개막되는 마스터카드 콜로니얼에 동반 출전한다. 총상금 만도 메이저 수준인 430만달러에 이르는 이 대회에 우즈는 독일 원정을 떠나 불참하지만 한일 골프 스타 2명이 또 다시 ‘아시안 태풍’을 일으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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