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완배/주인의식 없는 소액주주

  • 입력 2002년 5월 12일 19시 07분


최근 한국 증시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소액주주들의 힘’이 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소액주주? 그거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코웃음치고 넘어갔다가는 큰일 나기 십상이다. 하이닉스반도체 같은 거대기업의 장래도, 코스닥시장 같은 증권시장의 운영 방침도 소액주주의 입김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달 독자 생존의 길을 택한 하이닉스 이사회의 결정도 이 회사 소액주주들의 영향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주에는 코스닥시장 등록 후 5개월 만에 퇴출된 한빛전자통신 소액주주들이 이 회사의 퇴출에 반대하며 집단행동 의지를 밝혀 코스닥시장을 긴장시켰다.

대주주를 견제하고 수많은 개미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곱씹어볼 점이 있다. 최근 여러 사례를 통해 ‘소액주주의 힘’이 ‘주주들이 재산 손실을 입었을 때 사용하는 집단 행동’으로 주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권리 행사’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증시 건전화를 위해 소액주주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한 회사의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회사의 주인이 됨을 뜻한다. 진정한 주주는 위기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주인처럼 행동해야 한다. 단기 시세차익을 위해 하루에도 주식을 몇 번씩 샀다 팔았다 거래하는 투자자를 그 회사의 진짜 주인으로 볼 수 있을까.

가치주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서울대 투자연구회 김민국씨(25)의 투자 철학은 이런 점에서 깊이 새겨둘 만하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기업을 사는 것이다. 기업을 샀으면 그 기업의 주인으로서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잘한 점은 홍보해야 한다. 나는 투자한 회사 주총에 참석해 그 회사의 정책을 경청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 대신 평소에는 그 회사의 상품을 즐겨 쓰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 회사의 좋은 점을 적극 홍보한다. 이런 주인의식이야말로 소액주주가 가져야 할 자세다.”

이완배기자 경제부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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