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양 만찬장의 박근혜 의원

  • 입력 2002년 5월 12일 18시 17분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방북 중인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박 의원이 평양에 도착한 11일 저녁 북측이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환영 만찬을 열어줬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지금까지 평양을 방문했던 우리측 정치인 중 그 같은 ‘대접’을 받은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만찬장에는 김용순 비서와 김영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회장 등 북측의 유력 인사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북측 방송은 김영대 회장이 “누구든 민족을 위하고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정견의 차이를 넘어 서로의 마음을 합쳐 나갈 수 있다”고 환영 인사를 건네자 박 의원은 “남북이 힘을 합쳐 7·4남북공동성명과 6·15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해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공동발전을 이룩하자”고 화답했다면서 이날 만찬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이 우리 국내정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수(常數)’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이제 북한을 잘 모르는 정치 지도자는 중대한 결격사유를 지닌 것으로 인식될 정도가 됐고, 그런 점에서 박 의원의 이번 방북을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은 아니다. 더욱이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딸인 박 의원이 북한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아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면담한다면 그 상징적인 의미도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난 날 우리 사회에 불어닥치곤 했던 북풍(北風)의 여러가지 여파를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박 의원의 이번 방북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박 의원은 현재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으로서 12월 대선에서 유력한 ‘제3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거명되는 등 지금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시점이다.

우리는 박 의원이 방북 중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서울에 돌아와서는 어떤 언행을 보여줄 것인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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