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팀의 베스트 건강법]서울아산병원 신생아 집중치료팀

  • 입력 2002년 5월 12일 17시 40분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피수영 교수는 힘들 때마다 아버지 피천득 선생의 시 ‘이 순간’을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어른의 손바닥만한 작은 몸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살아보려고 힘겹게 싸우고 있는 어린 생명은 그에겐 ‘별’이며 그런 생명을 살리는 것은 지극히 기쁘고도 ‘화려한 사실’이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 집중 치료팀은 국내 최초의 신생아 전문 치료팀이다. 미국에서 신생아 전문의 자격을 딴 피 교수와 김기수, 김애란 교수가 1년에 700명 이상의 미숙아를 치료한다. 작년의 생존률은 93%.

국내 최대 규모의 신생아 중환자실을 갖추고 전문의 6명이 24시간 당직체제로 환자를 돌보며 최신 설비를 들여 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피 교수는 “중요한 건 팀워크”라고 강조했다. 치료는 의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항상 아기들 곁을 지키는 간호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미국에서 올 때 3명의 신생아 전문 간호사를 데리고 온 것은 간호사도 철저한 이 분야의 ‘프로’여야한다는 피 교수의 주장 때문이었다.

신생아 집중 치료팀에서는 미숙아를 위한 치료를 하고 있다. 미숙아란 일반적으로 37주 미만의 조기 출생아와 체중 2.5㎏ 미만의 저체중아를 말한다. 그 중에서도 23주 미만이나 체중 500g 미만일 때는 아직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 피 교수팀은 2000년에 468g으로 국내 최저 체중아인 최지원 양을 살려내 이 분야 기록을 세웠다.

한국의 미숙아 출생률은 전체 신생아 약 60만명 중 4만명 정도로 6∼8% 수준. 미숙아는 모든 장기의 발달이 미숙한 상태에서 태어나지만 특히 폐가 완전하지 못해 호흡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뇌의 혈관도 잘 터져 뇌출혈이 생기며 망막이 미숙해 시력이 매우 나쁘다. 또 태아는 28주 이후에 엄마의 항체를 받아 면역력을 갖게 되는데 그 전에 태어난 아기는 항체를 받지 못해 감염에 매우 약하다.

최근에는 좋은 인공 호흡기가 나오고 아기에게 혈관으로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등 치료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1㎏ 이상의 아기는 치료를 받으면 정상아와 똑같이 살 수 있다. 미숙아가 되는 원인은 아직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임신중 요로감염이나 바이러스 감염 임신중독증 등이 미숙아 출산을 높인다. 담배나 약물중독도 원인. 현재로서는 임신 중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피 교수는 “임신 중에 영양을 고루 섭취하고 마음을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며 “산전 진단을 자주 받으라”고 충고했다.

피 교수는 국내에서 신생아과가 적은 이유는 제도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주 정부가 아이들의 치료비를 책임지고 있다. 신생아과는 미국에서 병원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미숙아를 낳는 부모는 대개 경제적으로 어려워 임신 중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 치료비 때문에 아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낮은 보험수가 때문에 병원에서는 신생아과 만들기를 꺼리고 그나마 있는 신생아과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 아산병원의 신생아과도 매년 적자.

피 교수팀은 뜻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어려운 미숙아를 돕기 위한 기금을 모으고 있다. 탤런트 최수종 부부와 손지창 부부, 윤여정 유호정 등 연예인들이 성금을 냈다. 아산병원에서 아이 둘을 얻은 최수종은 “결혼 뒤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생하다가 결국 아이를 품에 안았지만 태어나고도 부모 품으로 가지 못하는 미숙아들이 안타깝다”며 거액의 성금을 기탁했다고 피 교수는 전했다.

피 교수는 “미숙아로 태어났다고 해서 장애아나 저능아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영국의 총리였던 처칠이나 조선 세조 때 영의정 한명회도 미숙아였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미숙아든 정상아든 다 같이 ‘귀중한 생명’이니까요”

▼신생아과 전국의 명의▼

이름소속전화
피수영울산대 서울아산02-3010-3361
김기수
김애란
배종우경희대02-958-8305
김병일서울대 02-760-2911
박준동
박원순성균관대 삼성서울02-3410-2260
장윤실
이 철연세대 신촌세브란스02-361-6160
남궁 란
김행미경북대053-420-5701
최영륜전남대062-220-6658
변상현충남대042-220-7240

▼미숙아 치료 명의들

경희대 배종우 교수는 미숙아의 호흡 곤란증 치료하기 위해 콧속 튜브를 통해 약을 폐에 뿌려주는 인공 폐 표면 활성제 보충요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폐 표면 활성제는 동물추출제제를 사용하는 값비싼 약. 최근 배 교수가 이것을 제 3세대 유전공학적 공법으로 대량 제조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성균관대 박원순 교수는 장윤실 교수와 함께 신생아 중환자를 위한 일산화질소 흡입치료법, 부분 액체 환기법 등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다. 몸무게 1㎏이상의 신생아는 100%, 1㎏ 이하는 75∼90%의 치료율을 자랑한다. 최근 3년간 38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보건복지부 수행 과제로 신생아의 뇌세포 손상연구와 새로운 뇌막염 치료법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연세대 이철 교수는 미숙아 치료뿐만 아니라 퇴원한 미숙아의 정상적인 성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교수는 생후 6∼24개월 된 젖먹이아기의 지능과 운동발달 검사를 국내에 처음 도입해 성장장애 여부를 일찍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이교수는 또 인공 폐 표면 활성제 ‘뉴펙텐’을 유한양행과 공동으로 개발해 연간 2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 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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