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佛대표팀 고산훈련 왜?

  • 입력 2002년 5월 10일 17시 49분


로제 르메르 佛대표팀 감독이 전술연습 도중 크리스토프 뒤가리의 목덜미를 풀어주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로제 르메르 佛대표팀 감독이 전술연습 도중 크리스토프 뒤가리의 목덜미를 풀어주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프랑스 축구대표팀이 축구장을 놔두고 산에 올랐다?

2002월드컵을 코앞에 둔 프랑스 대표팀의 ‘비밀병기’ 지브릴 시세(21) 등 8명의 선수가 로제 르메르 감독(61)과 함께 알프스 고지대인 티뉴와 부르생모리스에서 고산특별훈련 중이다. 티뉴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당시 스키 알파인경기가 열린 세계적인 스키리조트. 숙소가 해발 2100m에 있고 정상은 해발 3450m로 ‘하늘 아래 동네’.

전문가들은 고작 5일간의 고산훈련으로는 체력강화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98프랑스월드컵과 유로2000에서 우승했고 2002월드컵에서 다시 우승을 노리는 세계최강 프랑스 대표팀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 이를 모를 리 만무.

그렇다면 프랑스 축구대표팀은 왜 산에 올랐을까. 바로 월드컵을 앞두고 팀워크 정비를 겸한 정신력 훈련이 가장 큰 목적.

프랑스 대표팀이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맨 처음 한 일은 배드민턴 라켓처럼 생긴 눈신발을 신고 20여㎞의 눈밭을 걷는 것이었다. 스키처럼 쓱쓱 미끄러질 수 없으니 한마디로 고행길.

‘몸과 마음을 모두 강하게.’ 프랑스 알프스 고지대에서 훈련 중인 프랑스축구대표팀의 샛별 지브릴 시세가 티뉴 인근 부르생모리스시민구장에서 헤딩으로 몸을 풀고 있다. 부르생모리스AP연합

난생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막내 시세는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워낙 추워 손이 얼어붙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나보다 열세살이나 많은 프랑크 르뵈프(34)도 참고 걷는데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좋아졌다”라고 고생담을 털어놨다.

르메르 감독이 노린 점이 바로 선수 사이의 신뢰감 형성과 정신력 강화.

이들은 다음날엔 눈신발을 벗고 더 긴 거리의 눈밭을 걸으며 대화에 열중했다.

르메르 감독은 “시세가 눈밭에서 대표팀 첫발을 내디뎠다. 이렇게 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막내를 치켜세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33세 노장 비상트 리자라쥐는 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가장 열심히 훈련에 참가하는 등 노장들도 구슬땀을 흘렸다.

극기훈련같은 체력단련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10일 프랑스 대표팀은 알프스자락의 한 훈련장에서 전술훈련을 실시했다. 클로드 시모네 프랑스축구협회장은 이날 선수단을 방문, “유명선수에게 의존하지 말라, 선수 전원이 힘을 합해야만 월드컵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요지로 특강을 했다.

프랑스 대표팀은 19일 벨기에와 평가전을 가진 뒤 25일 한국에 와 26일 수원에서 한국대표팀과 마지막 평가전을 갖는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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