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의 일본통신]히딩크와 트루시에

  • 입력 2002년 5월 9일 18시 39분


현대 세계축구의 모델이 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와 네덜란드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나아가 축구발전을 이루기 위해 네덜란드출신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했으며 일본은 프랑스의 필립 트루시에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네덜란드는 아약스 선수들이 중심이 돼 리누스 미켈스 감독이 지휘한 1974년 서독월드컵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우승팀인 서독보다 더 축구팬을 감동시켰다. 당시 네덜란드 축구는 ‘토탈사커’라고 이름이 붙어졌다. 그리고 프랑스는 ‘아트사커’라는 프랑스인들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축구로 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감독의 역할은 엄청나다. 유럽의 축구선진국들, 특히 영국에서는 프로팀 감독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3년에서 5년까지 장기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 보면 트루시에 감독이 히딩크 감독보다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두 감독의 공통점은 매스컴이나 축구팬이 성적 여하에 따라 자신을 신랄하게 비판할 때도 자기의 철학을 가지고 계획대로 끌고 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 주관이 확실치 않을 때는 흔들리기 쉽다. 이런 면은 우리 지도자들이 배울 만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축구팬은 북중미골드컵대회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대표팀을 보고 그다지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반면 일본의 축구팬은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준우승을 이끈 트루시에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한국은 최근 유럽전지훈련기간 가진 세 차례 평가전에서의 좋은 성적을 냈고 지난해부터 실시해 온 체력강화 프로그램이 실전에서 서서히 저력을 내고 있다.

또 대표팀의 신구조화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히딩크 감독에 대한 불안이 신뢰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을 한국내 축구 선후배들로부터 듣고 있다.

반면 일본은 얼마 전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3대3으로 비기면서 그 동안 일본이 자랑하던 수비조직 라인이 불안을 드러냈다. 당연히 트루시에 감독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이런 지지도 변화가 이번 월드컵에서의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축구 지도자의 길을 가고 있는 내 입장에서 보면 아무래도 믿어주는 사람이 많을 때 자신감도 생기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 같다.

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 canonshooter199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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