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자연친화형 4계절 여행코스 12選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39분


어디로 갈까. 무엇을 볼까. 어느 것을 맛볼까.

벼르고 별러 모처럼 떠나게 된 여행. 처음부터 망설임의 연속이다. 갈 곳은 많고 시간은 넉넉잖고. 가이드서적을 뒤져봐도 내맘에 쏙드는 신통한 해답은 찾을 길 없다. 어쩐다….

‘우리나라에서 꼭 해볼 만한 여행 열두 가지’는 이럴 경우 좋은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여행레저팀)가 선정한 아름답고 맛깔나는 여행코스다. 전체를 꿰뚫는 여행의 테마는 최근 지구촌의 화두로 떠오른 자연친화형의 ‘생태여행’(이코투어리즘·Ecology Tourism). 잘 지키고 보전해서 다음 세기에도 반드시 남아야 할 열두가지 풍경을 찾아가 그 자연의 텃밭에서 태어난 한국 토속의 맛도 함께 즐기는 여행코스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①정동진 해맞이후 정선으로

TV드라마 ‘모래시계’는 잊혀졌지만 정동진역 앞 해변과 플랫폼의 ‘모래시계 소나무’는 지금도 찾는 이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변 해맞이후 찾는 곳은 돈연스님과 첼리스트 도완녀씨가 정선 부수베리계곡 아래 가목리 물가에 일군 ‘메주와 첼리스트’ 전통식품(된장 간장 고추장)공장. 큰항아리 3000개는 설치예술 작품급이다.

②정선선 두칸 열차 타고 아우라지로

송천과 임계천이 만나는 정선 아우라지. 아우라지 뗏배꾼과 싸리골 아가씨의 애절한 사랑이 구슬픈 노래로 피어난 정선 아라리의 고향 아닌가. 두칸 ‘꼬마열차’(증산↔구절리 45.9㎞,)를 타고 송천의 물가를 달려보자. 그리고 아우라지 강변 옥산장(여관)에서 전옥매씨로부터 정선아라리도 듣는다. 감자옹심이 등 산골음식도 별미다.

③눈꽃핀 태백산 등반

고고한 달빛에 은빛으로 채색된 한겨울 새벽의 태백산. 정상 밑 주목 군락지로 붉은 해가 솟는다. 첫햇살에 핑크빛으로 물든 하얀 눈꽃과 서릿발. ‘빛의 환타지아’다. 눈꽃축제때는 오궁썰매(대여)를 엉덩이에 붙이고 미끄럼타며 하산한다. 태백시내 진짜 ‘너와집’(나무로 만든 기와를 얹은 산촌가옥) 식당에서 토속 한정식으로 식도락도 즐긴다.

④제주도 해안경승지 ‘큰엉’

남제주군 남원읍에 있는 해안경승지 ‘큰엉’은 제주도의 ‘숨겨진 비경’. 시커먼 현무암 바위절벽이 장장 수㎞나 이어지고 아래서는 거친 파도가 부서지며 굉음을 낸다. 잔디밭 포근한 큰엉 절벽위에는 아담한 산책로(2㎞)도 있다. 밤이면 한치잡이 배에서 밝힌 불빛으로 보석처럼 반짝이는 밤바다를 바라보며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낭만을 즐길 수도 있다.

⑤7번 국도이용 동해안 드라이브

동해안을 달리는 7번 국도. 경치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사진은 임원항 백사장의 갈메기떼). 화진포 통일전망대, 설악산, 대진항과 거진항, 속초항, 낙산사, 주문진, 경포대 정동진역 추암해변과 두타산 무릉계곡(동해시), 새천년해안도로(삼척시), 망양정과 성류굴 불영계곡(울진군), 덕구 백암온천, 영덕대게 강구항,등대 고운 호미곶, 과메기 익는 구룡포, 수중왕릉 대왕암 등등….

⑥수종사에서 차 한잔

남, 북 두 한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는 양수리. 그 옆 운길산 중턱의 수종사(남양주시 조안면)에서 내려다 보는 강마을 풍경은 아름답기가 감히 짐작키 어려울 정도다. 한겨울 눈내린 삼정헌(三鼎軒)에서 통유리창 밖 나목 가지에 핀 눈꽃 감상하며 마시는 설록차(雪綠茶). 의 그윽함은 또 어떻고….

⑦울릉도서 본 한밤 漁火

칠흑같은 어둠이 바다를 삼킨 뒤. 밤바다에서는 ‘어화’(어선에서 고기를 잡기 위해 밝히는 집어등의 불빛)가 핀다. 오징어잡이배에서 밝힌 이 집어등의 불빛군은 어찌나 장관이었던지 한 인공위성에서 촬영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망향봉 어화는 99년 4월 케이블카 설치후 태어난 울릉도 어화의 ‘최신 버전’이다.

⑧내린천서 계곡래프팅

오대산과 점봉산에서 발원한 물이 하나되어 소양강에 흘러드는 물 내린천(16㎞). 전혀 때묻지 않은 계곡을 원색의 고무보트가 수놓는 한여름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래프팅 코스는 원대교∼송강카누학교(6.5㎞·3시간)가 압권. 폭포(수차 1∼2m)와 여울, 물굽이가 적당한 간격으로 돌출하고 짜릿한 추락의 희열을 맛볼 수 있다.도토리묵을 안주로 노르스름한 옥수수 막걸리 들이켜고 먹는 막국수맛도 별미.

⑨점봉산 곰배령 마루의 불꽃

곰배령 고개마루(해발 1099.4m)에 흐드러지게 핀 이 땅의 들꽃. 세찬 비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기어이 여린 꽃 피워 내는 질기디 질긴 들풀의 인내와 끈기, 정열에 고개가 숙여진다. 하찮은 들꽃이지만 세상 대하는 자세를 온 몸으로 가르쳐 주는 영특함을 간직했다. 축구장 만큼 넓은 초원의 곰배령 마루에 서면 설악 대청봉 등 백두대간의 마루금도 한눈에 들어온다. 설피마을(진동2리)∼곰배령 마루는 4㎞, 트레킹에는 두시간이 걸린다.

⑩한강발원지 검룡소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해발 1,418m) 아래 해발 946m의 숲속 바위구멍에서 끊임없이 솟구치는 깊고 맑은 샘, 검룡소. 장장 514.4㎞를 흘러 강화만에서 서해로 흘러드는 큰 물 한강의 발원지다. 그 물은 연못의 달궁으로 넘쳐 흘러 이끼 곱게 낀 너럭바위 패인 홈으로 힘차게 흐른다. 그 물을 두 손으로 받아 마신다. 한강을 통째로 들이켜는 셈 아닌가.

⑪보성 차나무밭 산책

전남 보성의 대한다원(보성읍 봉산리) 보성다원 녹차밭. 하늘가린 삼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삼나무나 차나무 모두 한겨울에도 푸름을 잃지않는 상록수. 덕분에 차밭에 오면 사시사철 초록의 싱싱함을 접한다. 봇재아래 보성만 율포는 자동차로 10분 거리. 바닷물 성분의 지하암반수에 우려낸 따끈한 해수녹차탕에 몸을 담그자. 피로가 씻은 듯이 풀린다.

⑫해지는 채석강에서

바다(변·邊)와 육지(산·山), 반도의 두 부분이 철저하게 내외하면서도 각각 나름의 매력을 고이 간직한 변산. 서책을 누인 듯 바위결이 켜켜이 가로진 채석강 바위해안은 역시 노을빛 물들어야 그 자태가 돋보인다. 외변산 채석강의 매력이 저녁 노을이라면 내변산의 내소사 매력은 하늘가린 전나무 숲터널이다. 싱싱한 바지락으로 쑨 죽까지 맛보면 변산 앞바다를 통째로 들이킨 느낌이 든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