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빚갚으려 사채 쓴다” 50%…금감원 사채이용자 설문

  • 입력 2002년 5월 5일 18시 21분


사채 이용자의 절반가량이 신용카드 결제나 은행 대출금 등 빚을 갚기 위해 사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채 이용자의 대부분이 신용불량자’라는 통념과 달리 64.7%가 신용불량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추가로 빌리기 어려운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로 몰리지 않기 위해 주로 사채를 끌어쓰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사실은 금융감독원이 3월 한달간 사채이용자 68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채이용자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5일 공개된 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채자금 용도는 신용카드 연체대금 정리(26.9%)가 가장 많았고 △가계생활자금(26.5%) △사업자금(16.3%) △은행 등 연체대출금 정리(14.7%) △다른 사채 대출정리(8.8%)순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사채자금 용도의 50.4%가 부채상환용이라는 조사결과로 보아 사채이용자 상당수가 ‘부채의 악순환’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사채 이용 원인으로는 사업실패,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 병원비 교육비 급전 등 ‘빈곤형’이 많았다. 그러나 과다한 쇼핑, 유흥비 마련, 도박과 증권투자 실패 등 ‘무분별형’도 상당했다.

성별로는 남자가 사업실패(21.2%) 증권투자실패(16.7%) 실직(16.1%) 술이나 도박(10.0%) 순으로 응답했고 여성은 과다한 쇼핑(23.5%), 병원비 마련(15.7%), 실직(13.6%)을 꼽았다.

연령별로는 20대 남성은 유흥비 마련이, 30∼50대 남성은 증권투자실패가 가장 많았다. 20, 30대 여성은 과다한 쇼핑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40, 50대 여성은 증권투자실패가 가장 많았다.

1인당 사채이용 금액은 500만원 이하가 60.1%로 가장 많고 500만∼1000만원(27.5%), 1000만∼1억원(9.8%), 1억원 초과 0.8%순. 사채이용자의 월평균 금리는 10∼20%가 가장 많았고 연간 240%를 넘는 초고금리를 이용하는 사람도 14.6%를 차지했다. 또 사채이용자 중 24.8%가 사채업자로부터 폭행 협박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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