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불안한 달러貨” 환율시장 요동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06분


《미국의 달러화 가치가 3월 이후 석 달째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환율시장에 미묘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환율은 각국의 수출경쟁력에 직결되는 사안. 그동안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함에 따라 각국은 자국의 상품을 싼값에 미국에 수출할 수 있어 무역흑자폭을 늘려온 반면 강한 달러를 좇아 매일 15억달러 이상의 해외자본이 미국에 유입됨으로써 연간 4000억달러가 넘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상쇄해왔다. 》

최근 달러화 가치가 속락하면서 이 같은 아슬아슬한 균형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투기성이 강한 환율시장에서는 달러화의 속락이 대세로 받아들여질 경우 투매로 인한 달러화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달러화가 속락하고 있는 것은 무역적자는 늘어나는데 해외자본은 미국으로 유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日 “경기회복 발판 엔低 끝나나” 당황

짐 오닐 골드만삭스 수석경제학자는 3가지 요인을 꼽았다. 첫째 주식시장의 투자수익률이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크게 떨어진 점, 둘째 이에 따라 특히 올 1,2월 두 달간 해외자본의 유입이 급감한 점, 셋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군비팽창과 경기부양 예산편성으로 올해 무역에 이어 재정까지 쌍둥이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 크다는 점이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국채를 추가 발행할 수밖에 없고 달러화의 가치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달러 강세로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는 바람에 공장문을 닫거나 일자리를 잃게 된 미 제조업계와 노동계의 강한 반발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1일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폴 오닐 재무장관에게 달러화의 가치를 약화시키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한 오닐 장관의 답변이 환율시장을 요동시켰다. 오닐 장관은 “지금의 강한 달러 정책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만족할 만한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은 자유시장에 의해 가장 잘 조절될 수 있으며 정부가 외환시장을 좌우할 수 없다”고 덧붙인 대목이 시장을 자극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을 방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 것.

그러나 오닐 장관의 발언은 특히 엔화의 환율에 목을 매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일본 정부가 엔저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미국 정부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 “시장이 오닐 장관의 발언에 과민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오닐 장관으로서는 달러화 가치의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회복이라는 반사이익 못지않게 해외자본의 지속적인 유입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강조하기 어렵다는 것.

그러나 어떤 경우든 달러화 가치의 갑작스러운 붕괴만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오닐 장관으로서는 강한 달러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오닐 장관의 이 같은 고민은 언제든지 달러화의 가치가 순식간에 폭락할지 모르는 시장의 유동적인 상황을 반증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