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설훈 의원 증거 댈 차례다

  • 입력 2002년 4월 21일 18시 08분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전 총재에게 최규선(崔圭善)씨가 2억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행보가 미덥지 않다. 최씨는 대통령의 아들과 청와대 관계자를 비롯한 이 나라 권력층과 어울리며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인물이다. 이 전 총재가 그런 사람으로부터 ‘검은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되려는 그의 희망은 한순간에 깨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설 의원의 주장이 근거없는 것이라면 그와 민주당이 입을 타격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그런데도 설 의원은 “녹음테이프를 가지고 있는 증인이 주저하고 있다”며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혹을 제기하던 기세 등등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한나라당이 명예훼손 고발과 농성에 이어 정권퇴진운동과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거론하는 대단히 심각한 상황인데도 왜 증거 제시를 미루고 있는가.

김대중(金大中) 정권과 민주당은 현재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다. 대통령의 세 아들과 권력의 핵심부가 연루된 각종 비리 의혹이 시리즈로 터져 나와 민심이 들끓고 있는 것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집권 여당은 먼저 비리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진상 규명을 약속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도 최근 민주당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동은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 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는 떳떳하지 못한 자세다.

지금은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선택하기 위해 집권당과 제1야당이 각각 대통령 후보 경선을 진행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다. 이런 시점에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이 전 총재를 관련시킨 의혹을 불쑥 제기해 유리한 방향으로 정쟁을 벌여 보자는 것이 집권 여당의 의도라면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집권 여당은 불안해하는 민심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서도 설 의원은 즉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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