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여몽연합군의 일본출병 '검푸른 해협'

  • 입력 2002년 4월 19일 17시 31분


검푸른 해협/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장홍규 옮김/364쪽 7000원 소화

1259년, 고려의 태자가 항표(降表)를 가지고 원에 입조(入朝)한다. 세조 쿠빌라이를 만난 고려 태자는 쿠빌라이의 온화한 풍채에 매혹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자는 원종으로 왕위에 오르고, 쿠빌라이는 황제가 된다. 원종의 기대와 달리 원의 가혹한 요구가 이어지고, 마침내 원은 일본을 정벌하기 위한 길잡이 역할을 고려에 명하는데….

여몽(麗蒙)연합군의 일본 출병을 다룬 역사소설 ‘검푸른 해협(원제 風濤)’이 출간됐다. 이 책이 특별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원종 충렬왕 홍다구 이장용 김방경 등 주요 주인공이 고려인이고 고려인의 시각에 맞춰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반면, 작가는 ‘돈황’으로 유명한 일본 역사소설계의 거장 이노우에 야스시이기 때문.

1963년 발표된 이 소설에서 그는 원의 전진기지가 되어 원치 않은 운명에 휘말리는 고려의 가혹한 운명을 그려낸다. 일본 내부에서는 ‘카미카제(神風)’로 외적을 물리쳤다 하여 신국관(神國觀)형성의 계기가 되는 사건을 상대방의 시각으로 뒤집어본 것.

이 소설은 당대 일본의 정황을 풍자한 우의(寓意)소설이기도 하다. 원의 압제하에 놓인 고려를 빌어 미군의 일본점령을 말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죄과로 점령을 자초한 당시 일본의 상황과 몽골의 세계전략에 힘없이 유린당한 고려의 상황이 대등하게 비교될 수 있을까. 책을 덮은 뒷맛이 깔끔하지 않은 이유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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