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쪽박'을 면하려면…

  • 입력 2002년 4월 14일 17시 43분


처음 수혈이 시도된 것은 1667년이었다. 동물 가운데 가장 순결한 양(羊)의 피였지만 받은 사람은 모두 죽었다. 1818년에는 사람의 피로 수혈했는데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고, 결과는 엇갈렸다. 란트슈타이너(Landsteiner)가 네가지 혈액형이 있다는 것을 밝혀낼 때까지 혼란은 계속됐다.

1869년에 수에즈운하를 성공적으로 건설한 프랑스의 젊은 엔지니어 레셉스(Lesseps)는 1881년에 파나마운하를 만드는 책임자로 뽑혔다. 그러나 근로자 2만2000여명이 숨지고 운하건설은 실패하고 말았다. 파나마운하 지역은 말라리아 같은 열대병이 유행했는데 개미가 열대병을 옮긴다고 믿고 침대 네다리를 물그릇에 담가놓아 개미가 침대위로 못 올라오게 한 것이 실패의 한 요인. 열대병을 옮긴 것은 모기였다.

이런 사례는 무지(無知)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증시에서도 주식과 기업에 대한 무지 때문에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쪽박을 찬다. 하늘에 뭔가 떠다니고 있는데 무엇인지 알 수 없는것을미확인비행물체(UFO)라고 한다. 증시에도 UFO가 날아다니고 있다. 증시의 UFO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잘못 낸 주문(Unbelievably False Orders)’을 가리킨다.

‘9·11테러’ 이후 종합주가지수는 갑절이 됐지만 개미들은 오히려 손해보는 경우가 많다. 객장에는 ‘체감지수는 600선’ ‘최근 증시는 알까기 장세’라는 한탄이 넘쳐난다. 대세 상승장에서는 주가상승을 이끄는 우량주를 사 장기보유(Buy & Hold)해야 하는데 낙폭과대 저가주나 코스닥주로 단타를 치려고 하는 무지와 잘못된 투자습관 때문이다.

헤엄을 배우지 않고 물에 뛰어들면 그대로 익사한다.

주식투자도 이와 비슷하다. 헤엄치는 방법을 알면 해외여행하며 여유 있는 여생을 보내겠지만 무조건 뛰어들면 퇴직금까지 날리고 비참하게 살게 된다.

주식시장은 혈연 지연 학연 등에 따른 줄서기가 통하지 않는다. 오직 실력만으로 돈벌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매미가 껍질을 벗어야 성장하듯이 지금까지의 잘못된 투자습관을 벗어 던지는 결단이 필요하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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