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메릴린치 부사장 물러난 애널리스트 블로젯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30분


미국의 증시 애널리스트 헨리 블로젯(35)은 한때 월가에서 ‘인터넷 제왕’ 또는 ‘마법사’로 통했다. 인터넷 관련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던 1998년 그는 CIBC오펜하이머라는 투자회사에서 일하면서 ‘현재 주당 243달러인 인터넷 서적판매회사 아마존닷컴의 주가가 1년 내에 400달러가 될 것’이라는 놀랄 만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를 반박한 메릴린치의 인터넷 애널리스트 조너선 코언은 거래일 기준 14일 만에 블로젯의 예언이 맞아떨어지자 두달 뒤 블로젯에게 그의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미국 최대 증권 및 투자회사인 메릴린치에서 블로젯은 ‘인터넷 관련 주식 전도사’로 활약했다. 경제뉴스 전문 TV인 CNBC나 경제잡지, 인터넷사이트와의 수많은 인터뷰에서 그는 거침없이 특정주식의 주가 목표치를 제시했고 이런 방식은 애널리스트들의 유행이 됐다.

2000년 3월 이후 나스닥 시장이 폭락했지만 블로젯은 6월에 내놓은 300쪽짜리 보고서에서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망이 좋다”고 주장했다. 5개월 뒤 그가 “닷컴기업들이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시인하자 월가에선 “그동안 주가전망을 왜곡한 의혹이 있다”는 소리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투자자들의 항의와 소송도 잇따랐다. 한 투자자는 ‘인포스페이스사 주가가 100달러는 갈 것’이라는 블로젯의 투자권유를 따랐다가 50만달러를 손해봤다면서 소송을 제기해 메릴린치로부터 작년 7월 40만달러를 받아내기도 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작년 4월 ‘대형 인터넷 머니게임’이란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인터넷 관련 주가전망 의혹을 다루면서 “97년부터 메릴린치가 기업 공개한 20개 인터넷 관련 주식 중 15개의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졌고 2개는 부도가 났지만 메릴린치는 기업공개 수수료로 1억달러를 챙겼고 투자자는 거덜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업공개 등 투자회사의 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고의로 주가전망을 왜곡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블로젯은 작년 말 메릴린치 수석부사장 자리를 떠났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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